▲기와지붕 처마 위의 잡상들이 손오공에 나오는 서유기의 인물들이란다. 각자의 모습을 상상하니 재미있다.
김종성
북촌 1경을 찾아 나서자마자 언덕길이 맞아 준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부드러운 언덕길을 오르자 저 앞에 웬 궁궐 모습이 눈에 확 펼쳐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문화 유산인 창덕궁이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거처했던 곳으로 광해군 때부터 270년간 정궁으로 사용됐다. 동양권의 각 궁궐들은 대부분 좌우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창덕궁은 비정형적이면서도 자연과 가장 잘 조화된 건물 배치를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후죽순 솟아난 주변의 빌딩들로 그런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알 길이 없다.
예전에 인천시 차이나타운에 여행 갔을 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궁궐 기와지붕 처마 위의 귀여운 동물들 같은 조각상들은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의 인물들이라고 한다. 각각의 인물들 모습을 그려보며 찾아보니 재미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전래 이야기책에 나오는 인물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눈이 내려 더욱 고즈넉한 창덕궁 안의 모습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궁궐 돌담 밖의 세상과 대비되어 묘한 여운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