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대작으로 손꼽힌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가 3일 첫 선을 보였다. 한류스타 배용준의 출연과 국내 최고 아이돌 그룹으로 손꼽히는 미스에이(수지), 2PM(택연, 우영), 티아라 (함은정) 멤버들과 인기 가수 아이유까지 출연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첫 회는 그런 관심을 반영하듯 공을 들인 흔적이 여럿 엿보였다. KBS 민경욱 뉴스 앵커를 극에 등장시켜 '대한민국 첫 그래미상 유력 뉴스'를 사실처럼 보도한 극의 도입부와 SS501의 김현중의 카메오 출연,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멋진 야마카시 영상은 보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드림하이> 첫 방영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며, 월화드라마의 왕좌를 지키던 SBS <아테나>의 아성을 흔들어 놓았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의하면 <아테나>(16.3%)와 <드림하이>(10.7%)의 시청률은 불과 5.6%의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동시간대 2위 <역전의여왕>(14.1)과 <드림하이>는 불과 3.4%차에 불과했다.
하지만 첫 방송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드라마 전부터 지적돼 왔던 연기력 논란이 <드림하이> 첫 방송에서부터 불거진 것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소감란 등에, 주연을 맡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첫 회에서 고혜미역의 수지(미스에이)의 연기에 대한 지적이 특히 많았다.
필자가 본 <드림하이>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극의 중심을 이루는 주연을 맡은 수지는 2% 부족한 연기로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명확하지 않은 대사 처리와 부자연스러운 몸 연기로 보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주연 연기자가 제대로 연기의 방향을 잡지 못하자 극의 전체적인 흐름에 균열이 생긴 듯한 모양새였다.
덩달아 윤백희 역을 맡은 아역출신 함은정(티아라)도 흔들렸다. 고혜미와 윤백희의 대화는 목소리 톤의 어색함 때문에 연기하는 이의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린 재단 이사회 이사장 역으로 특별 출연한 배용준(정하명역) 연기만이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다른 아이돌 연기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연기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용준의 등장 장면과 연이어 이어진 수지, 은정등의 아이돌 가수의 등장 장면은 <드림하이>라는 하나의 극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지 못했다. 마치 다른 두 편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차이가 컸다. 이런 이질감은 시청자를 <드림하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기본, '연기'를 놓친 <드림하이>
문제는 연기력 논란이 단지 첫 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드림하이>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주연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타 드라마에서도 아이돌 가수의 출연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 가수의 인기에 편승해 10~20대 팬 층을 잡아보자는 이유가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어찌됐든, 이런 시도는 여러 드라마에서 효과를 거뒀다. <미남이시네요>의 유이, 이홍기 <공부의신>의 지연 <성균관스캔들>의 믹키유천 등이 참여한 드라마는 큰 인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당시, 아이돌 가수 출신들의 연기력은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였을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주변의 인물로 등장, 다른 실력파 연기자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드림하이>는 아이돌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드림하이> 주인공 수지의 어색한 연기를 받쳐주는 실력파 연기자의 부재는 극의 완성도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유와 우영까지 등장한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수지를 비롯해, 함은정, 옥택연, 아이유 우영 등 아이돌 가수들의 극중 비중은 회가 지날수록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첫 방송 예고편에 나온 박진영의 <드림하이> 연기자 데뷔도 극의 완성도를 걱정케 만든다. 물론 퍼포먼스 분야에서 뮤지션 박진영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연기만을 놓고 본다면 그는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신인에 불과하다. 그런 박진영에게 기린예고 기간제 영어교사 양진만 역이란, 비중 있는 역을 맡긴 것은 모험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드림하이>의 연기력 논란을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게 전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빠듯한 촬영 모습을 보고 있자면 결국 연기력 부재의 원인은 <드림하이> 제작진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첫 방송을 일주일 앞두고 단 2회분도 완성되지 않은 사실을 밝혔던 <드림하이>, 살인적인 촬영 일정 속에 과연 연기력을 살릴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런 빠듯한 일정이라면 연기에 익숙치 않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의 연기력 부재를 미리 예상했다면 넉넉한 제작 시간과 준비는 필수적인 일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은 결국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드림하이>가 스타사관학교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기용한 점은 분명 참신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설픈 연기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신선한 설정과 캐스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 바탕이 되는 연기력 아닐까? <드림하이>는 그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큰 기대 속에 첫 선을 보인 <드림하이>, 연기만 잘하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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