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2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소연
놀라운 결과다. 이뿐만 아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민주당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차기 정권의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30% 중반에서 40%까지 이르고 있다. 이 결과는 다른 대선 후보군 전체 지지율을 합친 것과 비슷한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결과를 보고 받으면 자신의 국정 수행이 지지를 얻고 있다며 기뻐할 것이고, 개헌 진행도 문제가 없으며,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저 '태평성대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벌써 수많은 곳에서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2월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층들이 한 80% 이상 집 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좀 자유스러운 개방 마인드를 갖고 진보적인 젊은이들이나 40대들은 이미 집 전화가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현재 여론조사는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번호만 추출해서 진행하고 있다.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많은 언론에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응답률이 10%라면 1만 명 중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았다는 얘기고, 그 중 잘한다는 응답이 500명이라면 실제로 지지율이 5%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밝혔다. 박 기자의 언급처럼 정부나 언론에서 응답률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문제점은 미국에서도 계속 지적돼 온 사안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 도리스 그레이브 교수는 <매스미디어와 미국정치>라는 책에서 "매스미디어가 미국 정치에서 미디어는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며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에 영향을 미치고 설문의 성격과 형태, 기사의 배치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저런 위험성을 가진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정책에 대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대통령조차도 여론조사 결과에 만족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더욱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과 한미FTA 재협상, 대북 강경 기조 유지 등이 그렇다. 사안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함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응답률 낮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위험이런 결과가 반복되다 보면 2년 남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민의를 엄청나게 왜곡할 가능성이 높고, 수많은 국민들이 상당기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2012년 선거는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박근혜 의원의 당선은 너무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우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치관심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자신의 표가 사(死)표가 된다고 하는 심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정치혐오 및 무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 보았듯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더라도 선거 하루 전만 하더라도 당시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강남 3구의 몰표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개표 상당 기간 동안 한명숙 후보가 앞서고 있었다. 표 차이도 1%p 남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