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 진단·교정해 주는 '수학클리닉'도 교습행위

교육감에 신고대상 교습행위…대법,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확정

등록 2011.01.06 17:34수정 2011.01.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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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클리닉'에서 수학지식을 직접 설명해 주거나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았지만, 학습장애 원인을 진단하고 적절한 질문이나 지적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줬다면 '교습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학강사인 J(53)씨는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상가건물에 'OO수학클리닉'이라는 교습소를 차려 놓고 2004년 8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학생 20명에게 1인당 1시간 기준으로 1만∼2만 원을 받고 수학과목을 가르쳤다.

 

검찰은 J씨가 교육감에게 신고하지 않고 교습소를 운영했다며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오덕식 판사는 지난해 1월 J씨에게 벌금 5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에 J씨가 "학생의 학습장애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교정해 학생의 능력을 복원하고 향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뿐, 수학지식을 설명하거나 문제를 풀어주는 등의 교습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수학클리닉을 교습소로 봐 미신고 교습소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손왕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피고인의 수학클리닉 운영 행위는 교습행위로, 교육감에게 신고를 하지 않고 교습소를 운영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클리닉'이라는 명칭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문제풀이 일변도 내지 암기식의 수학공부 방법으로 인해 형성된 잘못된 수학공부 습관 또는 학습장애의 원인 등을 스스로 흥미를 유발하게 하거나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하게 유도하는 질문이나 지적을 통해 교정해 주고, 수학적인 개념을 이용해 표현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복원·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어떠한 개념이나 원리를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우회적인 질문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깨우치도록 만드는 수학교육방법론(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고, 학생들의 수학적인 능력을 계발하고 향상시키는 유력한 교육방법의 하나"라며 교습행위로 판단했다.

 

사건은 J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미신고 수학 교습소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강사 J(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방법으로 수학지식을 설명해 주거나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질문이나 지적 등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 말하는 교습행위"라며 "따라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1.06 17:34ⓒ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교습소 #교습행위 #수학클리닉 #과외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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