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 VS 여제자 스틸컷
크리스마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해건 역의 이지훈이에요. 그는 정말 교활하다 싶을 정도로 야비한 인물이죠. 암계에 일가견이 있어요. 부여준(계왕)을 왕에 올리기 위해서 자신이 사모하는 부여화(김지수)를 고국원왕의 비로 보낼 정도죠. 여기에다 자신의 고모인 해비 해소술(최명길)을 시켜서 남편이자 근초고왕의 아버지인 비류왕을 독살하도록 해요.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이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알 수 있게 해주죠.
이렇게 인물 캐릭터가 악역에 가깝고,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만큼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가 해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역할을 이지훈이 맡았다는 것은 처음엔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유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떠올려보면 답이 나와요.
이지훈은 생각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을 했어요. 필모그래피에 올라 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총 13편에 달하죠. 2003년부터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결코 적은 편수는 아니에요. 문제는 나온 드라마와 영화마다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겨주지 못했어요. <몽정기2>, <뉴 하트>, <헬로! 애기씨>, <너는 내 운명> 등에서 맡은 역할이 비중이 작든 크든 그의 존재감은 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단 것이죠.
특히 드라마가 히트를 해도 다른 배우들이 주목 받는 것에 비해서 그의 존재감은 더더욱 약해보였어요.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죠. 연기력이 그만큼 뒤받쳐주지를 않았으며, 혹여 연기를 못해도 캐릭터라도 인상 깊게 만들어 내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를 못했기 때문이에요. 연기력 되는 배우들이 초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 이지훈은 어떤 역할을 맡던 고만고만한 연기력과 캐릭터만을 만들어 내었어요.
이렇게 아무런 기대감 없던 배우 이지훈을 다시 보는 계기가 바로 <근초고왕>을 통해서였어요. 그가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단 것이죠. 해건이란 역할이 드라마에서 결코 작은 배역이 아니며, 캐릭터 성격 역시 확실하기 때문에, 배우가 자신의 연기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지 않는다면 드라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자신 스스로도 배우로서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지훈은 해건이란 캐릭터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한명으로서 <근초고왕>을 이끌고 있어요. 출연분량이 많던 작든 간에 이지훈이 나온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단 것이죠. 근초고왕과 대칭점에 있는 인물로서 드라마 초반 백제의 계왕과 함께 중요한 갈등 축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특히 사극 연기임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은 연기자로서 그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지금의 모습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