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011년 1월 5일<미디어오늘> 2011년 1월 5일
미디어오늘
여론조사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은 여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에 몽환적으로 취해있었다, 그 여론조사는 우리 한나라당 지지층만 자신있게 응답하는 조사였다"고 말했고, 홍준표 의원은 "집에 있는 노인층만 응답하는 기존의 여론조사를 어떻게 믿겠냐"며 삼엄한 바닥민심을 읽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서 대구 경북권은 예외라고 생각했습니다. 6·2지방선거에서 들끓는 민심이 표심으로 연결된 곳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유독 이 지역에는 그 바람이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기초의회에 개혁적 인물 10여명이 입성한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었지만, 술렁거렸던 전국적 민심을 봤을 땐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대구경북권 표심이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게 100% 지지율 또는 몰표를 줬다는 기억은 없는데, 겉으로 드러난 지지율에 포함되지 않는 최소 30~40%의 민심은 무엇이며,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의 왜 침묵하고 있는지 등등.
그런데, 이번 <매일신문> <영남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드디어 숨겨진 그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신문의 절묘한 편집기술이 '부글부글 들끓는 지역민심'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었습니다.
<영남일보> 편집 속에 감춰진 민심은? '제목 소비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 신문, 방송뉴스를 차분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기사의 제목 또는 자막을 통해 해당 기사를 선택한다는 것인데요. 조금 오래된 논문이지만 이를 증명하는 조사가 있습니다.
95년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정태철 교수가 발표한 '목소비자 증가와 신문제목의 이해도'에서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독자들의 신문 읽는 습관은 '제목 위주로 읽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① 제목만을 읽거나 ② 제목을 읽어서 관심 있는 몇 개의 기사를 찾아 그 기사이 앞 부분만 읽거나 ③ 제목을 읽어서 관심 있는 몇 개의 기사를 찾아 그 기사를 다 읽는 구독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 교수는 "제목 위주로 신문을 읽게 되면, 독자들은 역시 제목 위주로 기사내용을 기억할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제목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자료가 발표된 시점에 비해 2011년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더 강화되었다 점에 반론은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 <영남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기사의 제목만 읽는 습관을 가진 독자에게 '기사 제목이 결코 기사의 전체적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의 가치관이 숨어있다'라는 주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여느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도 각각 1월 3일 신년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매일신문>은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함께 전국 3천명, 대구경북 540명을 대상(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여론과 지역 민심을 함께 조사했고, <영남일보>는 대구경북민 1천명을 대상으로 이 지역 민심을 조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