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렇게 말하자 숨죽여 듣던 교사들 700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곽 교육감이 전교조 공식 행사에서 연설했다. 11일 오후 8시 서울 성공회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참교육실천대회 개회식에서다.
참교육실천대회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한 해 동안 분과별로 연구해온 참교육실천 결과를 2박 3일에 걸쳐 발표하는 자리다. 올해 대회 참여인원은 1000여 명 정도다.
진보교육감을 대표하고 있는 곽 교육감이 전교조에서 연 큰 규모 행사에서 공식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 10일 한국교총 행사에도 참석해 연설한 바 있다.
곽 교육감이 시교육청 직원 8명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박수가 울려 퍼졌다.
"모진 바람에 잠시 흔들려… 아이들이 나를 부르네."
'그러길 바래'란 경쾌한 노래에 맞춰 교사들이 두 박자 춤을 추고 손을 맞잡는 등 몸짓을 하자 곽 교육감도 똑같이 따라했다. 왼편과 오른편엔 장석웅 전교조위원장과 이병우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앉았다. 그는 율동을 맞추기 위해 이들의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개회식이 시작됐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란 노래가 울려 퍼지자 교사들은 일제히 따라 불렀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교조 활동 동영상 상영 뒤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조심스런 행동이었다고 전교조 한 관계자는 평가했다. 일부 신문은 곽 교육감을 '전교조 교육감'으로 지칭해왔다.
곽 교육감이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행사장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이 자리에 저를 초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깥엔 함박눈이 내리고 우리에겐 축복이 쌓이고 있습니다."
곽 교육감은 연설 도중 고개를 옆으로 뺀 채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가 "숨이 차고 목이 메고…"라고 말하자 다시 박수가 터졌다.
곽 교육감은 "학교와 교육혁신은 먼 과제가 아니고 바로 2011년을 학교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했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학교혁신의 주체는 선생님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생님들의 능동적인 참여 없이 학교혁신이 성공한 적은 없다. 자기주도적 혁신으로 잠자는 교실을 깨워내고 쓰러지는 공교육을 선생님들이 다시 세워야 한다."
이어 곽 교육감은 "저는 분명히 말하건대 선생님들 손에 학교혁신, 교육혁신을 맡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인권과 동시에 교권이 꽃피는 학교, 경쟁교육 대신에 문예체교육,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곽 교육감은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로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뒤 "학교혁신, 책임교육,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참교육 선생님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가운데 '전교조 선생님'이란 표현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곽 교육감은 목소리를 높여 다음처럼 말했다.
"그대 있음에 제가 있습니다."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곽 교육감은 연설 뒤 주변 인사에게 "'그대 있음에 제가 있다'는 표현을 생각해내기 위해 2시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같이 보냅니다.
2011.01.12 16:22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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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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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참실대회 찾은 곽노현 "그대 있음에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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