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협력업체노동조합. 왼쪽부터 차장훈 기능인지부장, 김봉녀 조합원, 김순애 이조케터링지부장, 김동혁 위원장.
노동세상
흑과 백의 세계, 강원랜드지난 2004년 차씨는 강원랜드 노무직군으로 입사했다. 본사 직원이 직접 면접을 봤다. 정기적으로 본사가 총괄하는 능력평가시험도 치렀고 과제물도 제출했다. 자격증도 땄다. 당연히 정직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소속이 하청업체임을 알게 된 건 2006년이었다. 그래도 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설날을 맞아 정규직들이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도 15만 원 짜리 점퍼를 취향대로 골라갈 때 비정규직은 1만 2천 원짜리 참치캔 한 상자를 받았다. 그마저 시설관리팀장이 팀 판공비로 사준 것이었다. 식당에서 정규직은 사원증을 인식기에 찍고 밥을 받았다. 비정규직은 일용직들이 함바집에서 하듯 밥표를 내고 밥을 받았다. 현장에서 정규직은 계절에 따라 질 좋은 작업복을 받았다. 비정규직은 오래된 봄, 겨울 작업복을 계절에 상관없이 입어야 했다. 비정규직에겐 휴가도 없었다.
지난 2007년 내내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겨우 하계휴가가 3일 생겼다. 출퇴근 버스도 마음대로 탈 수 없었다. "정규직은 어디에 있든 손만 들면 버스가 서요. 비정규직은 눈치 봐서 그 뒤에 서 있어야 해요. 따로 있으면 안 태워주거든요. 한 번은 저만 있으니까 차가 그냥 지나가버리는 거예요. 항의를 하니까 '당신은 보험도 안 들어 있고, 태워줄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론 정규직이 없으면 안심이 안 되는 거예요. 그 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우리가 하청에서 빌어먹든 어떻든 이런 노예 취급만큼은 거부해야겠다고···."
차씨는 3교대로 하루 10시간을 일하면서 월 135만 원을 받았다. 성과급은 없다. 지난해 정규직은 성과급으로만 2천만 원을 받았다. 비정규직의 1년 치 연봉에 달하는 액수다.
차씨만이 아니다. 객실을 청소하고, 시설을 관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도로를 정비하는 1300여 명 비정규직은 모두 서럽다.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보조직 김봉녀(50)씨와 건물 내외부를 청소하는 일반관리직 이광재(55)씨 부부는 원래 농사를 지었다. 아이 둘이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면서 봉녀씨가 먼저 입사했다.
매일 아침 유일한 정직원인 20대 영양사는 50대 아주머니들을 내려다보며 조회를 했다. 한 번은 사정이 생겨 월차를 조절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여사님, 월차는 정해진 대로만 쓰시라고요"라는 앙칼진 거절만 돌아왔다.
늘 업무시간보다 한두 시간씩 더 일했으나 수당은 이상하게 적었다. 그러던 중 하청업체가 법정수당을 떼먹은 것이 발각되었다. 노동자들이 따져서 수당은 받아냈지만 강원랜드는 사과도, 재발 방지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건 하청업체의 소관이라고 했다.
광재씨는 매일 트럭 뒤편에 짐짝처럼 실려 나가서 유지보수가 필요한 곳에 내려진다. 눈이 오면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린다. 현장소장은 "뒤에 오는 차가 위험하니" 손으로 염화칼슘을 뿌리라고 했다. 일을 나간 첫날은 곤혹스러웠다. 장갑은커녕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다음 날은 급한 대로 부엌의 고무장갑을 챙겨갔고, 셋째 날부터는 직접 목장갑을 사서 꼈다. 작업복은 선임들이 입은 낡은 것을 물려받았다. 피복비는 원청에서 지급될 테지만,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하청업체밖에 모른다.
그와 동료들은 구내식당조차 이용하지 못한다. 강원랜드 측은 바깥 도로에서 일하며 흙과 먼지를 묻힌 그들이 로비를 더럽히길 바라지 않았다. 난방시설이 없는 가건물에서 먹는 도시락은 늘 차게 식어 있다.
봉녀씨가 종일 쉼 없이 퍼 담는 뜨거운 밥을 정작 남편은 받을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추운 데서 일하니까 밥만은 따뜻하게 먹었으면 좋겠는데…. 싸서 갖다 주려고 해도 허락을 안 해줘요." 그렇게 일하는 두 사람은 가까스로 월 300만 원을 번다. 그나마 큰 하청업체라면 노조 지부도 있고 협의도 하는 편이다. 소규모 하청업체에서는 임금명세서마저 안 주는 경우도 있다. 제반 경비나 법정수당을 착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김 위원장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