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홍산 객사, 특별한 게 있네

750년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는 홍산 객사

등록 2011.01.18 13:54수정 2011.01.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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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객사 충남 유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된 홍산객사
홍산객사충남 유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된 홍산객사하주성

부여군 홍산면의 면소재지 안에는 남촌리와 북촌리가 섞여 있는 듯하다. 남촌리에 소재한 홍산 동헌과 북촌리에 소재한 홍산 객사의 거리는, 불과 몇 십 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객사란 예전 관리들이나 사신, 혹은 관청에 찾아 온 손님들이 묵는 곳이다. 대개 객사는 동헌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객사는 중앙에 궐패를 안치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임금이 있는 궁을 항해 망궐례를 올린다. 그리도 좌우 양편에는 공무를 보는 관원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한다. 이렇게 중앙에 궐패를 모셔 놓은 곳을 '정당'이라 부르고, 좌우에 묵을 수 있는 공간을 '익실'이라고 부른다. 즉 정당에 날개를 붙였다는 뜻이다.


정당 객사의 중앙에는 정당이라는 궐패를 모신 곳이 있다
정당객사의 중앙에는 정당이라는 궐패를 모신 곳이 있다하주성

동편익실 마루방으로 꾸민 동편 익실. 날개채라고 하며 다섯 칸이다.
동편익실마루방으로 꾸민 동편 익실. 날개채라고 하며 다섯 칸이다.하주성

서편 익실 서편 익실은 온돌방으로 세 칸이다
서편 익실서편 익실은 온돌방으로 세 칸이다하주성

좌우 크기가 다른 홍산 객사

현재의 홍산 객사는 불이나 소실된 지 9년만인 조선조 현종 4년인 1838년에, 당시 군수이던 김용근이 재건한 것이다. 대개 객사의 좌우 익실은 그 크기를 같게 하는 법인데, 홍산 객사는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 동쪽 익실은 다섯 칸으로 동편 세 칸은 대청마루를 놓고, 남은 두 칸에 방을 뒤로 물려 드렸다.

서편의 익실은 동편 익실보다 두 칸이 좁은 세 칸이다. 맨 서편 한 칸을 누마루로 처리하고, 남은 두 칸에 방을 드렸다. 동편 익실의 두 칸 방은 마루방이며, 서편 익실의 두 칸 방은 온돌방이다. 중앙 정당의 지붕은 양편 익실의 지붕보다 높이어, 맞배지붕으로 구성했다.

기록에 의하면 이 홍산 객사를 재건할 당시 목수 20여 명이 5개월 동안, 연인원 4,000명을 동원해 건립했다고 한다. 중앙의 정당은 아무런 시설이 없이 세 칸으로 구성한 빈 공간이며, 익실과는 다르게 처마 밑을 화려하게 장식해 이곳이 특별한 공간임을 알리고 있다.

객사 현재의 객사는 조선조 현종 4년인 1838년에, 당시 군수이던 김용근이 재건을 한 것이다.
객사현재의 객사는 조선조 현종 4년인 1838년에, 당시 군수이던 김용근이 재건을 한 것이다. 하주성

천정 정당 천정에는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천정정당 천정에는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하주성

객사 동편에 은행나무에서 객사의 연륜을 알아


객사 동편에는 한 겨울 잎을 다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 750년이 넘은 고목이다. 이 은행나무는 현재 '홍산객사 은행나무'라는 명칭으로, 부여군 향토유적 제83호로 지정돼 있다. 이 나무의 높이는 15m 정도이며, 밑동의 둘레는 7.5m에 달하는 거대한 은행나무이다.

이 홍산 객사의 은행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영험한 나무라고 전해진다. 마을에 변고가 생기거나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는, 나무가 울거나 불빛이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위급한 일이 생길 때, 이 나무에 와서 치성을 드리면 소원을 이룬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은 정월 초하룻날 이 나무에 제를 올린다는 것이다.


이 은행나무의 수령을 보면 최초로 홍산 객사가 지어진 것은, 고려 때부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흔히 '객관'이라고도 부르는 객사는 고려시대에 지방에 두기 시작했으며, 고려 때는 '객사사(客舍史)'라는 향직을 두어 관리하도록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홍산 최초의 객사는 아마도 고려 때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은행나무 부여군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수령 750년의 객사 은행나무
은행나무부여군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수령 750년의 객사 은행나무하주성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는 마을을 지킨다고 한다. 높이는 15m, 밑동의 둘레는 7.5m에 달한다
은행나무이 은행나무는 마을을 지킨다고 한다. 높이는 15m, 밑동의 둘레는 7.5m에 달한다 하주성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홍산 객사. 충남 유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홍산 객사 안을 돌아본다. 동편 익실은 두 칸의 방을 드리고, 남은 세 칸의 대청 주변을 창호로 바람을 막았다. 서편 익실은 개방을 한 형태이다. 겨울이면 따듯한 온돌에서 묵고, 여름이면 시원한 대청에서 바람을 쏘이면 쉬었을 것이다.

그저 관리들이 공무를 보면서 쉬어가는 곳이지만, 이런 객사 하나도 예술적인 감각으로 지어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마른가지만 남은 은행나무이지만, 그 당당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뒤돌아선다. 올 여름에는 수령 750년의 은행나무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보아야겠다.
#홍산객사 #유형문화재 #궐패 #은행나무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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