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 사회의 교육 과정에 있어 '인권'은 낯선 것이었다. 교육 주체들 모두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해 왔던 것이었고, 오랫동안 뿌리 내려왔던 학벌사회는 명문 대학 간판을 얻기 위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전제로 체벌과 같은 반인권적인 행태를 암묵적으로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공교육의 사명은 민주 시민 양성이라고 이야기하고, 교과서에선 언제나 헌법 제10조에 입각하여 인권은 반드시 존중 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라고 수도 없이 나오지만, 정작 학생들의 생활에서는 '인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에야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도 우린 학생들이 잘못하면 "맞아도 싸"라는 이야기를 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기계가 되어야 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우리에게는 인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나아가려는 교육의 시작점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과부 '선진화방안'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 4가지지난 17일 교과부는 '학교문화선진화방안'이라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허울 좋은 틀을 앞세우며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타인을 배려하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해서 학교 교육에서부터 학칙 준수의 학교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과부가 이야기하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것'은 헌법을 배제하고, '민주 시민 의식 함양'은 인권을 무시하고, '학칙 준수'는 인권을 없애고, '학교 문화 확립'은 학교장의 입맛대로 갈 때 가능한 것일까? 교과부가 말하는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교과부가 이야기하는 것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장의 권한 강화이다. 학교장에게 학칙 제정권을 전면 부여한다면, 학생은 침해받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조차 이야기하지 못하는 학교장의 일인(一人) 독재체제는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커나갈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 학교나 내 친구들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인권에 대한 생각이나 감수성이 없다시피 한 학교장에게 그런 권한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둘째, 학칙 준수 서약식 실시다. 민주적이지 않은 학칙을 민주적이라고 속이고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출석 정지 도입이다. 흔히 지도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징계를 주지만 출석 일수로 계산도 되지 않는 이 제도는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학교로부터 낙인을 찍힌 학생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반(反)인권적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