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것보다 기합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고등학생 주장] 교과부 장관님, 학생은 국민 아닙니까?

등록 2011.01.24 18:44수정 2011.01.2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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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유성호

우리 사회의 교육 과정에 있어 '인권'은 낯선 것이었다. 교육 주체들 모두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해 왔던 것이었고, 오랫동안 뿌리 내려왔던 학벌사회는 명문 대학 간판을 얻기 위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전제로 체벌과 같은 반인권적인 행태를 암묵적으로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공교육의 사명은 민주 시민 양성이라고 이야기하고, 교과서에선 언제나 헌법 제10조에 입각하여 인권은 반드시 존중 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라고 수도 없이 나오지만, 정작 학생들의 생활에서는 '인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에야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도 우린 학생들이 잘못하면 "맞아도 싸"라는 이야기를 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기계가 되어야 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우리에게는 인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나아가려는 교육의 시작점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과부 '선진화방안'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 4가지

지난 17일 교과부는 '학교문화선진화방안'이라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허울 좋은 틀을 앞세우며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타인을 배려하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해서 학교 교육에서부터 학칙 준수의 학교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과부가 이야기하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것'은 헌법을 배제하고, '민주 시민 의식 함양'은 인권을 무시하고, '학칙 준수'는 인권을 없애고, '학교 문화 확립'은 학교장의 입맛대로 갈 때 가능한 것일까? 교과부가 말하는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교과부가 이야기하는 것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장의 권한 강화이다. 학교장에게 학칙 제정권을 전면 부여한다면, 학생은 침해받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조차 이야기하지 못하는 학교장의 일인(一人) 독재체제는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커나갈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 학교나 내 친구들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인권에 대한 생각이나 감수성이 없다시피 한 학교장에게 그런 권한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둘째, 학칙 준수 서약식 실시다. 민주적이지 않은 학칙을 민주적이라고 속이고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출석 정지 도입이다. 흔히 지도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징계를 주지만 출석 일수로 계산도 되지 않는 이 제도는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학교로부터 낙인을 찍힌 학생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반(反)인권적 제도이다.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주)시네마 제니스

마지막으로, 체벌의 허용 문제다. '가격'하는 행위만 아니면 무슨 체벌이든 허용된다는 이 방안은 교과부의 천박한 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과부가 말하는 체벌은 체벌이 아니란 건가? 그들이 말하는 것은 충분히 신체적 고통을 받는 체벌이고, 그것은 때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리는 것과 '기합'을 주는 것이 다르다는 발상은 지극히 교사나 교장 등 때리고 굴리는 입장에서만 접근한 것일 뿐, 학생의 입장에서는 맞는 것보다 '기합'을 받는 것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인권'은 침해 받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교과부가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모두 학생의 인권에 반(反)하는 것이다. 교과부가 생각할 때 인권은 침해 받으라고 있는 것이고,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가 민주적인 것일까? 교과부의 이러한 모습은 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리고 나아가 각 교육 주체 간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제정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반대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양심의 자유와 체벌과 같은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하는 것 등을 상위법이라는 이름으로 짓밟으려는 것으로 보이며, 조례를 통해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먼저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생각하는 선진화가 정말 이렇게 인권 침해와 같이 가는 것이라면 우리 교육에 미래가 있을까? 인권 퇴보는 교육의 퇴보이고 학생들에게 미래를 없애는 것이며, 나라의 미래를 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부는 후진화 방안을 앞세운 반인권적 시행령 개악 시도를 철회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병가상사는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에 다니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병가상사는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에 다니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학생입니다.
#청소년인권 #교과부 #아수나로 #학생인권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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