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여전히 2천원을 넘는 등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기름값 정책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정부는 대형 마트 주유소 허가, 셀프 주유소 신설 등을 빠른 시간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전자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작 휘발유값의 50%를 넘어서는 유류세 인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사실 휘발유 10만 원을 주유할 경우 그 중 5만 원 가량의 돈이 세금으로 나간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리터당 붙는 세금은 교통세 529원, 주행세 137.54원, 교육세 79.35원, 부가세 10%나 된다. 이와 관련해 1월 23일자 <경향신문>은 세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세의 경우,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예산 대부분을 4대강에 쏟아 부어 부족한 예산의 충당분으로 80%가량이 쓰이며 에너지 관련 산업에 쓰이는 것은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빗발치는 유류세 인하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줄어드는 세수의 부담이 너무 크고 소비자들의 기름 과소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2012년으로 끝나는 유류세 중 교통세 시효를 202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니 당분간 유류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주장에 여권이나 보수 언론들은 세금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유류세를 살펴보면 하루라도 휘발유 등 기름을 쓰지 않고 살 수 없는 서민들이 무상급식으로 불어날 세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세금 폭탄을 매일 맞고 사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현대오일뱅크가 연봉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른 정유사들도 이에 버금가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는 추측보도도 나왔고 연봉 100%를 성과급으로 받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연봉 3000만 원이면 50%인 1500만원이라는 돈을 보너스 형식으로 받아 안게 되니 이런 돈방석도 따로 없다. 하루 8시간 노동에 월급이라야 100만 원도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보너스로 비정규직 노동자 일년 월급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기업. 그 기업이 바로 서민들에게 휘발유 등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이다.
그럼, 이들의 성과급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주가 호주머니를 털어서 직원들 성과급을 주지 않는 다음에야 기름 파는 기업의 이윤이 기름값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유류세 낮추라는 요구에 정유사로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더 낮추냐며 항변하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정유사 모두 서민들에게는 먹이를 앞에 놓고 으르렁거리는 하이에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휘발유 등 기름값은 약탈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이중, 삼중으로 가격을 부풀려 사용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결정되어 왔다. 그리고 물가는 이런 기름값에 영향을 받아 결정됐다. 기름값이 모든 물가에 근간이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밥상에 시금치 한 접시, 고등어 한 마리가 기름값에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정부의 기름값 처방은 '묘하다'. 지금까지의 고환율 정책, 유류세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 없이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주유소 인건비를 줄여 기름값을 낮추겠단다. 대형마트에 주유소를 허가해서 휘발유값을 낮추겠단다.
이것이 동네 주유소 밥그릇을 빼앗아 대형마트에 던져 주겠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를까. 셀프 주유소를 대대적으로 늘려 기름값을 낮춘다는데 주유소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할 고학생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그대로 두고 공산품 가격만 잡는다고 물가가 잡힐 지도 의문이다. 진단이 어설프니 처방은 약발이 먹힐리 만무하고 서민들의 물가 고통이 점점 더 깊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1·13 물가대책이다.
'물가 폭등'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 정부는 자기반성부터 해야정부는 물가 폭등의 원인을 '정책 부재'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고환율 정책 등 성장제일주의가 물가 폭등을 불러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처럼 현재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 기상 이변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 상승, 국내의 구제역과 AI, 지속되는 한파 등 물가 상승 요인은 즐비한데 내려갈 수 있는 구석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 50%가 넘는 유류세,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정유사 마진 등이 더해져 만들어진 '물가불안'은 인재이지, 천재라고만 할 순 없다. 정부가 남탓보다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워 고수해 온 저임금 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하루 빨리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월급 100만 원 이하 근로자(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0% 가량이다. 소득 하위 40% 근로자 연봉이 상위 1.4%의 연봉과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고환율 등으로 대기업과 일부 노동자들이 돈방석에 앉는 동안 대부분 노동자와 서민들은 월급 100만 원도 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폭등하는 물가는 맨몸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눈보라, 칼바람과 다를 바 없다.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이야 조기 한 마리에 2~3만 원이 된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겠지만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들은 높은 물가 때문에 명절 차례상에 조기조차 못 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저임금 정책은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지 못하며 서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공산품 가격 잡기에 나서자 몇몇 제조사에서 가격 인상을 포기했다고 전하면서 정부 물가대책의 약발이 먹히는 것이라고 일부 언론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 물가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방치한 채 공공요금 공산품 가격만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풍선을 터지지 않게 하려면 풍선 전체의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듯 정부는 이곳 저곳을 눌러 물가를 억제하기보다는 기름값, 수입 원자재 가격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는 '아데만의 여명'이라는 삼호주얼리호의 구출 작전 이야기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서민들 살림살이에도 여명이 필요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사람들, 칼바람에 맨몸으로 서있는 사람들. 그들이 맞고 있는 칼바람을 훈풍으로 바꾸는 것도, 그들에게 찬바람을 막을 외투를 입히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이명박 정부나 서민들에게나 많지 않다. 정부의 전향적인 물가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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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가진 사람 96만원, 4인 가족 1천만원 손해' MB 탓에 이걸 더 썼다고? 서민들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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