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정 오랜만에 '안가(安家)'라는 말이 언론에 흩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가'에서 누구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을 말했다 하니 구태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안전가옥이라는 이 말에는 늘 우리의 현실정치가 담기게 마련이다. 그곳에서 정치공작이 나오고, 그 정치공작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역할까지 해왔던 터다.
문민정부 이후 우리 모두는 이 말이 이미 역사 속에 깊이 잠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 말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 살아나와 꿈틀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독선이다 뭐다하여 언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다. 그런 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안가를 활용한다는 것은 이후 현 정부의 정책이 밀실(안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여 다들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즉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혁명이 다시 우리의 뇌리를 또 다시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당부한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국가의 기본 틀인 '87개정헌법'의 경우 제정된 지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권력구조 면에서 미완성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헌법이다. 이와 함께 지난 30여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크게 변했다. 그 속의 국민의식전반, 곧 국민의 생각과 행동, 생활방식 등 여러 면에서 크게 변했다. 이로 인해 단선적 개헌이 아닌 '총체적 사회변화'를 담아내는 '포괄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 내부의 공통적 인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인식이 아직은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안가(安價)에서 한 당부는 향후 전개될 개헌정국에서 비록 간접적이지만 주도하려는 의지를 내 보인 것으로 그 방식부터 잘못되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굳이 대통령 집무실을 놔두고 굳이 안가를 이용한 근저에는 이 문제를 청와대 혹은 정부의지와 무관한 이 대통령 개인의 생각으로 해석되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개헌은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공론을 통해 최종 결정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순간 이 점을 잊었던 모양이다. 안가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많은 이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그동안 이루어진 일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성숙해나가는 과정의 일로 그나마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 곧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재등장한 안가(安家)라는 말에 대해 우리 국민들 중 적어도 다수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즉 아직도 잊히지 않는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개헌에 대한 논의가 그곳에서 촉발된다는 말에 많은 국민들이 섬뜩함까지 느낀다. 안가와 개헌, 정말 어울리지 않는 두 낱말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말한 이의 의도와 상광 없이, 큰 사회적 문제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2011.01.26 15:50 | ⓒ 2011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