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이긴 안 대표님, 콩 받으십시오

[덕담 한마디② 안상수 대표] 지난해, 당신이 있어 정말 황당했습니다

등록 2011.02.04 21:20수정 2011.0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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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vs. 허경영, 누가 이기나요?"

한 포털 지식 검색에 올라온 질문입니다. 사실 질문도 질문이지만 대답이 더 걸작입니다.

"공중부양으로 기선을 잡는다고 해도, 보온병 폭탄 한방과 보너스 자연산 암기로 허경영 씨 'GG'(Good Game의 약자, 스타크래프트 사용자들이 게임에 졌을 때 승자에게 쓰는 말) 하실 듯. 안상수(에게) 1표 던지고 싶네요. 현 여권 실세라 ㅎㅎ"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유성호
여당의 현 대표님이 본좌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와 비교되고 있는 현실,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네요. 대표님 덕에 허경영 총재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위협받고 있다지요. 작년부터 한나라당 내의 'X맨'으로 불리며 열심히 활약한 노력의 증거로 봐도 무방할까요?

참, 설 인사가 늦었습니다. 떡국은 드셨는지요. 프로필을 찾아보니 1946년생, 우리 나이로 66세시더군요. 두루두루 건강을 염려해야 될 나이이신 만큼 올 한 해는 군복을 입는 일이 없으셨으면 합니다. 군복무 경험이 없으셔서 모르시나 본데, 한창 나이인 군인들이 입어도 추위에 벌벌 떠는 게 군복이랍니다.

그런 점에서 올 신묘년은 대표님이 자신의 건강을 먼저 돌아보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그리 열심히 일하셔서 쓰러지실까 걱정되거든요. 작년 한 해, 여당 대표직을 걸고 국민들을 웃겨 주셨으니, 올 한 해는 조금 쉬엄쉬엄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네, 개그는 개그맨들, 예능인들에게 맡기셔야지요. 대표님 때문에 그들의 밥줄이 끊겨서야 되겠습니까.

참, 문안을 드리기 위해 대표님께서 작년에 보여주신 눈부신 활약을 확인하며 엔돌핀이 마구 분출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국민들이 대표님께 그리도 관심을 갖는지 격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오죽했으면 대통령도 "당신, 거물됐다"며 부러워했을까요. 


'행불', '보온'... 애칭 많은 대표님은 대인배입니다

단 하나, 대표님의 불행이라면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군복무를 이행하지 못한 일이지 아닐까 싶어요. 근데 어릴 적엔 지독히도 군대가 싫으셨나 봐요. 스무 살 직후부터 징병검사를 기피하더니, 결국 입영기일까지 수차례 연기 한 끝에 행방불명 처리가 되셨다니요. 그래서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군대 못 간 한을 풀고 계신 거겠죠? 한 마디로, 좀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연평도 피격이 있은 며칠 후, 보온병을 들고서는 "이게 포탄이다"라고 외치셨어요. 혹, 어릴 적 꿈이 육군 포병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기도 했답니다. 오죽이나 군대에 가고 싶었으면 "전쟁이 나면 입대하겠다"고까지 공언하셨겠어요. 사실 행방불명된 과거가 전적으로 대표님 탓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 대표님께 누리꾼들은 '행불 상수', '보온 안상수 선생'이란 별명을 지어줬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시죠? 참, 귀여운 애칭 아닌가요?

아, 그리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두 가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성형 안 한 미인과 회지요? 얼마나 좋아했던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만 찾는다더라"고 취향을 고백하셨어요. 법대 출신 치고는 상당한 비유법 실력이십니다. '자연 상수'란 애칭은 그때부터 따라 다녔지요? 워낙 룸(살롱)을 즐겨 찾고 여기자, 여대생도 심심찮게 희롱하는 여타 한나라당 식구들에 비하면 사실 그 정도는 양반인게지요.

근데 걱정이 하나 있어요. 안타깝게도 대표님 기억력이 계속 감퇴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사람을 잘 기억 못하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한 때 밥도 같이 먹고 사담도 나누었다던 명진 스님에게 "전혀 모른다, 만난 적 없다"는 결례를 범한 것 아니신가요? 에휴, 친하지도 않다면서 "좌파 주지"인 건 또 어떻게 아셨는지. 혹, 해가 바뀌면 기억이 나시려나요?

그런데 이 죽일 놈의 기억력이 시도 때도 없이 문제예요. 얼마 전엔 또 묘비 상석이 뭔지 까맣게 잊어버리셨다죠. 글쎄, 제사상 용도로 쓰이는 상석을 밟고 올라 섰다면서요? '오십견'이 와 힘드셨다던데, 상석이 무언지 까먹다니요. 그래도 뭐 몸이 편찮으셨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래도 박근혜 전 대표를 본받아, 기억력 감퇴를 극복하고자 요즘은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다니신다면서요? 그래서 얻은 애칭이 '수첩 상수'라나 뭐라나. 노력이 가상하십니다. 그래도 대표님, 알려진 장점도 꽤 많으시잖아요? 특히나 그 바다같이 넓은 아량 말이지요. 그 중 국회에 견한 온 초등학생들이 "보온병 아저씨"라 놀려도 허허 웃으며 보내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죠? 개그맨 박명수씨는 자신을 못 생겼다 놀리는 초등학생들에게 화를 버럭 냈다던데 말이죠.

안상수 패러디 종결자, '이것은 보온병이 아니다'

 연평도에 북한군이 포격을 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4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과 함께 연평도 피해현장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안상수 대표가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이라며 들고 있던 것이 사실은 불에 타다 만 '보온병'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평도에 북한군이 포격을 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4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과 함께 연평도 피해현장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안상수 대표가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이라며 들고 있던 것이 사실은 불에 타다 만 '보온병'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국회사진기자단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포탄이 되었다." - @SantaShin

대표님은 '보온병' 발언 이후 전국민적인 스타가 되셨습니다. '행불 상수'로 시작해, '보온 상수', '해병 상수', '수첩 상수'를 거쳐 '자연 상수'로 마침표를 찍기까지, 한 해 동안 이리 많은 애칭을 얻는 이가 어디 흔할까요. 중등 교육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시 '김춘수의 꽃'으로 비유됐으니,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지요.

"윤봉길 의사는 도시락폭탄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했고,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을 제조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 @Lain3132

'상수스럽다'는 신조어와 함께 윤봉길 선생에까지 비교됐다고 하니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다죠?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동반자 한나라당, 의리 하나는 기막혀요. 아무리 대표님께서 국민적인 조롱거리가 되더라도 절대 내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열광하는 건 누리꾼들이에요. 아마 기상천외한 패러디의 향연을 보면, 대표님도 흐뭇하게 미소 지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안상수 매뉴얼 - 전쟁이 나면 군에 입대해 보온병을 들고 적진에 단신으로 뛰어 들어가 적들로부터 밥을 훔쳐 행방불명된다." - @dogsul

"군대 갔다 온 백성들은 주로 보병, 공병, 포병, 아니면 여기 있는 육군벙장 진벙장처럼 통신병 같은 거 하는데, 행불상수는 군대 가서 보온병 하려나 봐요." - @unheim

"상수럽다 [형용사] 모르는 것을 굳이 아는 체하여 망신당하기 좋다. 예) 보온병을 포탄이라 하다니, 너 참 상수럽구나?" - @i_dodaeche

그리고 대표님에 대한 국민적 열광은 이제 예술로까지 승화되기에 이릅니다. 이름하야 '이것은 보온병이 아니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필적할 이 작품의 '작품 정보'는 가히 '화룡점정'입니다.

 .
.@marrymaryk

"보온병을 그려 넣고 이것은 보온병이 아니라니! 캔버스 앞에 선 관람객은 작가가 왜 그런 문장을 작품에 넣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정말 보온병이 아닌가? (중략) 현실에서 도피해 행방불명된 삶을 살았던 초현실주의자 ASS는 이처럼 친숙한 이미지 앞에서 관람객의 당황스러움을 야기한다."

어쩌면,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좌우'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대표님의 행보 자체가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대표님 탓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손해 본 UAE 원전 수주했다고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소말리아 해적을 무력으로 퇴치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대통령이 건재한 초현실적인 세상이니까요. 대표님께서도 그런 대통령에게 공박당하며 여당 대표 짓 해 먹기 힘드시죠?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뒷사람의 길이 된다"

송구스럽게도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각설하고, 대표님께서는 1일 오전 제33차 라디오 연설문을 통해 현행 역사 교육의 체질 개선을 언급하셨지요? 아무래도 민족의 명절 설이니 만큼 세심하게 신경을 쓰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면서 서산대사의 "오늘 내가 (눈길에) 남긴 발자취는 뒷사람의 길이 된다"(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는 말씀을 거론하셨지요. 이 어찌 탁월하고도 절묘한 비유란 말입니까. 여당 원내대표로서 또 희대의 아이콘으로서 유일무이한 족적을 남기고 계신 본인의 발자취를 염두에 두신 거라 믿겠습니다.

바라옵건대, 설 이후로는 여당 대표로서 좀 더 올곧고 현명한 모습으로 거듭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에서 확인시켜 주셨듯, 청와대 눈치나 보는 여당 대표는 국민들이 마다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동기 낙마' 사태에 대해 대통령에게 사과한 적 없다"고 전면 부인하신 것에 대해서는 여당 대표로서 당당함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겠습니다. "(청와대에) 끌려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소신도 꼭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떡국도 드셨을 테니, 좋은 음식 좀 추천해 드리고 글을 마칠게요. 올 한해, 콩과 호두, 연어와 사과, 클로렐라를 많이 드셔보세요. 기억력 감퇴를 막아주는 음식들이랍니다. 대표님께 꼭 필요한 이 음식들, 이름만 들어도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안상수 대표님, 올 신묘년은 기억력을 되찾으셔서 올바른 정치하시는 한 해 되길 빌겠습니다.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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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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