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이집트,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집트 민중항쟁의 한가운데서③]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지금부터가 시작"

등록 2011.02.12 02:46수정 2011.02.1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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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임 전 방송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
사임 전 방송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고영찬
사임 전 방송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 ⓒ 고영찬

11일(이집트 현지시각) 저녁 뉴스를 통해 이집트 국민들은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무바라크 현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났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25일 시작된 '분노의 날'로부터 18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직접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직위에서 물러나 홍해의 휴양지인 샴 엘 셰이크로 갔으며, 앞으로는 군사최고위원회가 이집트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것임을 알렸다. 바로 12시간 전만 해도 '국정의 권한 일부를 부통령에게 이양할 테지만 자신은 대통령직을 9월 선거까지 고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해 시위대의 분위기를 일촉즉발의 사태까지 몰고갔던 무바라크였다.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 서로 끌어안으며 승리 자축 

 

11일 날이 밝자 불 같이 격노한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는 세 갈래로 나뉘어 국영 방송국과 대통령궁을 향해 이동했다. 이에 군은 탱크를 앞세워 시위대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11일이 지난 1월 25일 시작된 '분노의 날' 이후로 가장 격렬한 저항의 날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위대와 군대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내외신 모두 온종일 숨을 죽인 채 이집트를 지켜보던 중이었다.

 

무바라크 하야 성명이 나오자마자 이집트 전지역에서는 마치 폭죽처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도로로 쏟아져나온 차량들은 클랙슨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타흐리르 광장의 천막들은 거두어졌고, 시위대는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광장을 둘러쌌던 군과 시위대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야당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인사들은 두 팔을 벌려 환영했고, 정국의 주도권을 군사최고위원회에 빼앗긴 술레이만 부통령은 티브이 성명을 발표하는 내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무지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무바라크 때문에 체면을 구긴 듯 보였던 미국은 비로소 체면 치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1일 밤 지금 이집트의 현지 분위기는 대축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설마 설마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이 이루어낸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작에 일어섰더라면, 튀니지보다 먼저 참지 말고 일어섰더라면, 30년씩이나 견디지 말고 좀 더 일찍 뭉쳐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난 날 희생된 무수한 이집트인들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해냈으니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로 위로를 삼고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 이집트의 미래, 세계인이 지켜봐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하야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11일(한국시각)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근처에서 이집트인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하야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11일(한국시각)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근처에서 이집트인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하야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11일(한국시각)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근처에서 이집트인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향후 무바라크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이집트인은 이제 없다. 다만 주의 깊은 현지인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새로운 각오를 하고 있다. 군정이 얼마나 오래 갈지, 다음 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해 주기는 할 것인지, 이번 시위에 대하여 보복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인지 등등 주로 정국과 치안에 관한 염려들이 뒤를 잇고 있다. 무바라크는 떠났어도 그의 추종자들 혹은 그의 보호 아래에서 압제로 신음하는 국민들을 향해 한 쪽 눈을 감았던 기득권자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세계가 앞으로의 이집트에 대해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 이집트 국민들이 무사히 온전하게 '자유와 인권'을 쟁취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마침내 뜻을 이룬 거룩한 신념과 희생들에 고개를 숙이며, 신이 이 위대한 이집트인들의 곁에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해 본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부디 큰 충돌이 없기를 바라며 나는 또 다시 외신에 귀를 열어둔다.

 

비바 이집트. 잘 했습니다.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서주 기자는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입니다. 

2011.02.12 02:46ⓒ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서주 기자는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입니다. 
#이집트민주화 #무바락 #이집트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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