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정부종합청사내 공정거래위원회,환경부,노동부 건물 모습.
권우성
결과적으로, 정부부처의 청소노동자들도 용역업체와의 계약으로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정도로 낮고 고용 불안이 계속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대학청소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정부부처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공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접채용을 실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하고 청사관리소가 담당하는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국방부는 '보안사안'이라며 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았고, 국가보훈처는 공문을 보내면 선별해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앙청사와 국가보훈처는 재차 전화통화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지만 재향군인회가 용역을 맡고 있는 과천청사와 국방부는 끝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가 과천청사를 방문했을 당시 안내소가 있는 건물(안내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입단속까지 시킨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재향군인회 측에 과천청사 청소노동자 실태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 요청했지만 직접 찾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만난 관계자는 "과천청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가 알려지면 경쟁 입찰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다만 전화통화로 설명했던 남성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맞는지 사실 여부만 확인했다.
재향군인회 담당자가 정보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지난 2005년 청소노동자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향군인회는 2004년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에 의해 수의계약 특혜 의혹이 지적된 바 있다. 이후 과천청사 청소 용역 업체 선정이 공개경쟁 입찰로 바뀌었으나 다시 재향군인회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경쟁 입찰로 바뀌면서 입찰 금액이 낮아졌고 재향군인회 측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인원을 줄여 차액을 보존하려 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금삭감, 근로계약서 강제작성, 부당전직 등에 항의하며 과천청사의 여성 청소노동자들 80여 명이 5일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 정부부터 기준 세워야과천청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홍익대학교 사건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용역업체의 과도한 중간착취와 원청의 예산절감 방침이 결합해 문제가 지적돼 온 것.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용역 계약을 맺을 때 책정돼 있는 인건비 액수 그대로 지출한다"고 밝혔지만, 청사관리소 측은 반대로 "총액계약을 하기 때문에 인건비 지급은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직접채용 전환 등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직접채용하면 공무원 정원에 따라야 하는데, 전체 공무원 수도 줄이고 있는 추세에서 저 많은 인원을 어떻게 직접채용하냐"며 "임금에 대하 부분은 전적으로 업체 소관이고, 이미 계약기간 중이기 때문에 임금을 따로 올릴 수도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향군인회가 이윤을 남기는 단체가 아니고 복지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처우가 괜찮고 청소원들과 소통하며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진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용역 위탁에서 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윤을 취하든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며 "업체는 적은 인원을 사용할수록, 임금을 적게 줄수록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밖에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국장은 이어 "대부분의 용역 계약이 경쟁입찰(제안서 입찰)을 통한 최저가 낙찰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용만 따지게 되다 보니 노동자들의 처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고용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용역을 유지해야 한다면 광주 서구 등에서 시행한 '계약준수제'가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준수제'는 공공기관과 용역업체가 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고용인원, 임금수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형태를 말한다. 업체가 이런 사안을 지켜야만 계약이 가능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대표격인 정부청사부터 청소노동자 처우에 대한 최저 기준을 정하고 복지 시설을 확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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