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임 3주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에 올랐다. 산에 오르던 이 대통령이 쉬는 시간에 기자들에게 오이를 던져주고 있다.
손병관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구제역과 물가·전세대란, 저축은행 연쇄인출 사태 등 민생을 흔드는 악재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 대통령' 이미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 비현실적인 공약을 남발한 것이 집권 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권력을 잡은 뒤 이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긍정적 사고'를 강조했다.
"비관적·비판적 생각을 갖고는 뜻을 이룰 수 없다. 된다는 생각, 적극적·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2008년 4월 30일), "어려울 때 희망 이야기해 달라" (2009년 2월 26일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출범식), "어느 사회든지 구성원들이 긍정적 사고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될 게 없다" (2009년 12월 29일 생활공감 국민행복 실천대회), "개인이든 국가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나라는 발전하게 돼 있다"(2010년 5월 12일 월드프렌즈 코리아 발대식)는 어록을 남겼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만큼 '이전 정권 때리기'로 대선에서 재미를 본 후보도 없다. 그는 '노무현 정부=무능 정부'라는 낙인을 찍어 스스로를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로 부각시켰고, 이 같은 전략은 대선에서 주효했다.
- "어제 언론에 보니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쉬고 있다고 한다.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위기다. 사람들을 만나면 금년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2007년 1월 16일 서울신기술창업센터 방문, 이하 2007년)- "요즘 갈 곳 없는 젊은 사람들이 120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2월 22일 한나라당 중앙위원 서울시연합회장 취임식 축사)-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 국가의 리더십이 없는 것이다." (4월 8일 드림포럼 강연)- "이 정권은 나라 살림은 못 해도 선거전략 세워서 공작하는 것은 굉장히 발달돼 있다." (5월 31일 제주지역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간담회)이 대통령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어 내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하느냐"(2007년 7월 26일 한나라당 부산 경선후보 합동연설회)라며 기존 정치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도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중대한 시점에 개헌 논의로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개헌보다 민생에 전념해주길 바란다"(2007년 1월 9일)고 일축했다. 지금 야당과 여당 친박계의 개헌반대 논리를 4년 전에 몸소 실천한 '선구자'인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연간 60만 개씩, 5년 임기 내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취업자수는 2007년 2343만3000명에서 2010년 2382만9000명으로 40만 명 증가에 그쳤다. 막상 집권하자 이 대통령은 "눈높이를 낮춰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울대 나와서 직장 못 구한 사람들이 지방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는다"(2009년 1월 30일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매년 20조원 예산 절감' 공약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