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김종성
이 책 <아웃라이어 OUTLIERS ; 말콤 글래드웰 지음>는 이렇게 그리 미덥지 않은 성공이라는 것에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공과 관련하여 흔히 나오는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성공에 대한 이야기이인 동시에 사회와 문화, 심리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누구나 성공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 제목인 '아웃라이어 Outliers'란 사전적 의미로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뜻한다. 그런데 저자의 '아웃라이어'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그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성공을 거둔 사람' '성공의 기회를 발견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을 아웃라이어로 통칭한다.
그 스스로 자신이 이미 한 사람의 아웃라이어로서, 저자는 성공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뒤바꿔놓는다. 우리는 성공을 지극히 개인적인 특성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타고난 지능과 재능, 개인적인 열정이나 노력, 부유한 가정 등을 그 이유로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웃라이어>를 통해 그동안의 성공 요소 이외의 것을 밝혀낸다. 크게 1부 '특별한 기회'와 2부 '문화적 유산'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의 비밀을 해부하고, 성공에 대한 새로운 역할모델과 개념을 제시한다.
성공의 매직 넘버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반복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매직 넘버 이론이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 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저자는 이것을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정의하며 빌 게이츠나 비틀즈 등의 사례를 보여준다.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 필수라는 매직넘버 법칙을 보니 우리나라의 학교 현실이 바로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도 보충수업을 하고,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며, 해가 뜨기 전부터 아이들의 어깨에 책가방을 얹어 학교에 보낸다. 이런 학습생활을 12년 정도 하니 우리의 아이들 대부분은 매직 넘버 원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 학생들의 경쟁력이 매직 넘버 투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히 우리는 수십 년째 매직 넘버 법칙을 넘어설 정도로 온 시간을 받치며 집중하고 있는데 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영어를 가르친 결과, 영어 시험은 곧잘 보면서 왜 입도 뻥끗하지 못할까? '순위는 달리기를 할 때나 매기는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줄 세우지 않는 교육 선진국 핀란드 같은 나라를 보면, 저자가 얘기하는 성공의 다른 요소인 '문화적 유산'이라는 사회적 환경이 개인의 성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가 된다.
히딩크의 성공 이유 앞장에서 캐나다 하키 선수의 사례나, 비틀스,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통해 매직 넘버, 타이밍과 '기회'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성공의 다른 축으로 '문화적 유산' '역사적 요인'을 논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 유산'에 대한 사례로 우리나라의 '대한항공' 사례를 들며 여러 장에 걸쳐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눈길이 간다.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란 한 국가의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 지를 나타낸다. 즉 특정한 상황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나라별 PDI지수와 비행기 사고가 비례한다는 상관관계를 통계 조사하였다. 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조사해 본 결과 브라질이 1위, 한국이 2위였다. 우리의 장유유서 문화가 위기 상황에서는 큰 위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며, 젊은이들의 발전과 잠재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히딩크가 우리나라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 선수들간에는 선후배 위계 질서가 엄격하여 훈련 중에도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심지어는 밥을 먹을 때에도 선후배끼리 나뉘어 섞이려 들지 않았다. 이에 히딩크는 선수들 보고 밥 먹을 때나 훈련할 때 선후배를 막론하고 반말을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황당 선언문'을 슬기롭게 받아들인 한국팀은 결국 뜨겁고 강렬한 힘을 보여주었다.
등 뒤에서 부는 바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무척 빠를 때가 있다. 처음에는 내가 운동을 좋아하고 자전거를 자주 타다 보니 체력이 강해져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이 나를 앞으로 더 빨리 가게 밀어 주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쏟아부은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사회의 산물이다. 개인의 재능, 지능, 노력, 열정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사회가 주는 '특별한 기회'와 '역사·문화적 유산'인 것이다. 쉽게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이 그것이다.
이렇게 <아웃라이어>는 한국 사회를 향해 노벨상의 업적을 만들어낼 천재를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런 아웃라이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적 유산과 기회를 제공할 것을 주문한다. 아웃라이어의 출현만을 꿈꾸지 말고, 한국 사회 자체가 아웃라이어가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진정한 아웃라이어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가르는 그 작은 차이, 작은 기회들을 더 많은 이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느 세상을 꿈꾸어 본다. 꿈은 나혼자 꾸면 몽상일 뿐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꿀 때에 비로소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