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석영철 경상남도의원.
경상남도의회
무기계약직은 환경미화원을 비롯해 소각장감시원, 광고물정비원, 사무(행정)보조원, 청사관리원, 주차단속원, 보건업무직, 도로보수원 등을 말한다. 경남도청과 시·군청을 모두 합치면 무기계약직은 30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이며, 1년 근무자나 20년 근무자의 임금이 거의 같다.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조만간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문제를 다루기 위해 관련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가 이루어지기까지 석영철 의원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도로보수원의 경우 밖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씻을 곳도 없는 처지"라면서 "민간업체 무기계약직은 말을 하면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직기관의 무기계약직도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석영철 의원은 "학교비정규직 등을 포함하면 경남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만명이 넘는다"면서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한다면, 민간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경남도의 첫걸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과 근로조건 열악하다 ... 인권 사각지대 놓여"석영철 의원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출신이다. 다음은 22일 오후 석영철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현재 실태는 어떤가. "사회적으로 보면 소리 소문 없이 공공부문을 담당해 오고 있는 분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에서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잘 몰랐다. 이번에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어떤 곳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무기계약직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는데. "그들은 공직사회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 자기 표현을 못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령 도로보수원의 경우 밖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씻을 곳도 없는 처지다. 실태를 좀 더 조사해 봐야 한다. 민간업체 무기계약직이 말을 하면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직기관의 무기계약직도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많다."
- 경남의 무기계약직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 소속 무기계약직 숫자는 3000명이 넘는다. 경남도청의 경우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250여명이다. 여기에다 공공업무를 맡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와 학교비정규직, 공공기관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경남에서만 2만명이 넘는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 기준으로 일해 오고 있다."
- 무기계약직의 실태는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할 것 같은데."무기계약직 가운데 열악한 임금·근로 조건을 뚫고 나간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이다. 그들은 노동조합이나 조직을 통해 사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하게 인권문제들이 반영됐다. 환경미화원을 제외한 무기계직은 현재 언로가 차단돼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경남도청의 경우 여러 부서별로 한두 명씩 흩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말도 못하고 있다. 전국 무기계약직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 공무원들은 무기계약직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공직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동반자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쉽게 말해 '하수인' 내지 '보조' 정도로 본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는 공무원도 있겠지만 말이다.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무기계약직과 관련한 활동을 한 뒤부터 어떤 반응을 얻고 있나?"경남도청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들은 그동안 활동을 지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도청과 도의회에서 공청회가 열릴 때 가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해코지를 당할까 싶어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나라당 도의원들도 전혀 몰랐다는 반응"-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전화를 해온 시민도 있었다. 방송에서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던 것인데, 자기 친구의 딸이 행정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아무도 무기계약직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적극 나서는 것을 보고 고맙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무기계약직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고 했다."
- 경남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반응은 어떤가. "무기계약직 임금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최저임금에서 조금 더 받는 수준이다. 공무원들은 그들의 임금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대부분 인정한다. 지난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도 지적했더니, 한나라당 도의원들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고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론은 형성돼 있다. 반면 공무원들은 딜레마다. 임금을 올리고 처우 개선을 하면 공무원한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여길 수 있다. 사실 알게 모르게 '안티'를 거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