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의 캠퍼스 생활에서 만든 아름다운 추억과 즐거운 기억들로만 살기엔 현실은 큰 고민과 문제들 투성이다. 대학시절, 온갖 고민들로 밤을 새우며 씨름할 때 우리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해주신 교수님들을 과연 잊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제 간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마련되는 사은회가 고가의 회비 모금으로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지만... 수만 원의 사은회비는 부담
졸업시즌을 맞이해 이번 학기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지난해 말부터 사은회를 갖고 있다. 이는 대학생으로 지성과 교양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잡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H대에 다니는 한 학우는 "교수님 은혜에 감사하자는 사은회 취지는 좋지만 심적이나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사은회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든, 의무적으로 참여하든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적게는 4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서울 S대 간호학과의 경우 학생 한 명당 12만 원의 사은회비를 걷는다. 서울 유명 고급호텔인 L호텔에서 사은회를 갖기 때문.
O호텔, L호텔, S호텔 등 서울에 있는 유명 고급호텔에서 50명 기준으로 사은회 견적을 내보았다. 1인당 6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음료가 별도이고 교수님들 선물까지 준비한다면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돈은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L호텔의 담당 직원은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 졸업생 사은회 대관 예약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스승에게 감사하기 위한 사은회가 정성과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겉치레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몇 해 전 서울 H대를 졸업한 한 학생은 "사은회를 유명 호텔에서 했는데, 당시 회비를 10만 원 안팎으로 냈다"며 "장소 선정에 있어 학생들의 정성보다 교수님의 프라이드(pride)를 중요시 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고백했다.
김신섭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사은비가 낭비나 사치스럽게 쓰여지는 것 같아 적정선을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단순하게 식사만 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마음에 담아온 감사의 표현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사은회비가 학생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상을 걱정했다.
비싼 사은회 대신 발전기금 내기도... 겉치레보다 진실한 마음이 중요
이러한 사은회 대신 학생들이 학교 측에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학교도 있다. 충남대 생물학과 졸업생들은 지난 2월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4학년 학생 50명 명의로 학교 측에 60만 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사은회 비용을 학교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사용키로 기부한 것.
이 같은 발전기금 전통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8년 졸업생 39명이 사은회를 위해 모은 68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19명이 70만 원을 기탁했다.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학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뜻을 모았고, 이는 좋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충남대 생물학과 측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4학년 졸업생들이 액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성의껏 (모아) 졸업하기 전에 충남대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한다"며 "생물학과 외에도 자연대 천문우주과학과 등 몇 군데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교수님들도 만족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매년 졸업생들은 취업에 대한 걱정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학교 문을 나서고 있다. 이러한 그들에게 교수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끔한 충고 한마디는 얼마나 값진 것일까? 이것이 바로 스승의 은혜가 아닐까? 이에 대한 보답으로, 학생들에게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주는 무리한 사은회보다, 교수님들께 학생들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진실한 마음만 있다면 장소가 어디인들 중요할까? 진심이 담긴 사제 간의 말 한마디가 비싼 한 끼 식사보다 더 소중한 마지막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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