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교총 회장, 수업 않고 세금으로 월급 받았다

교육당국의 차별... 교총은 세금으로 유급 파견, 전교조는 무급휴직도 불허

등록 2011.02.27 18:57수정 2011.02.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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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홈페이지 화면. 내부형 교장 공모제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홈페이지 화면. 내부형 교장 공모제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교총

현 정권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대한 편애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공모제교장 임명을 둘러싸고 전교조 출신 평교사 교장 후보의 임용 제청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1만1000여개 학교 중 교총 출신 현직 교장이 1만 명이 넘는다. 이번에 임명된 375명 공모제 교장 가운데 전교조 출신은 단 2명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교총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에도 교총은 단 2명의 전교조 교장도 안 된다며 반발하면서 내부형공모제 폐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공모제 확대나 교장 임명권 교육감 위임 같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교총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교총 시도회장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낙마한 이원희 전 교총 회장은 2008년 이후 교총 회장의 직무만 수행하면서 '파견 교사'로 인정돼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갔다. 이에 대해 당시 교육계에서는 다른 교원단체들은 무급 휴직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교총만 세금으로 월급을 주며 파견교사로 인정하는 것은 특혜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현재는 교총 회장뿐 아니라 시도교총 회장까지 파견교사로 인정돼 월급을 받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H고 교사인 차아무개 울산 교총회장은 최소 2010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교총 회장 업무만 하는 파견교사로 인정받아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 50대 후반인 호봉을 고려하면 1년 연봉이 6000만 원에 이르는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교총 회장 차아무개 교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울산 교총 회장 업무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교총 회장 차아무개 교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울산 교총 회장 업무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인터넷 화면 갈무리

울산교육청의 담당자는 "사립학교 교사여서 사학법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학교 교원이라도 파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교육공무원임용령의 '국가적 사업으로 교육·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 해당돼 파견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총은 민간기구인데 국가적 사업 수행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전교조나 좋은교사모임 등 다른 교원단체들도 교육이나 연구, 교사연수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파견이 인정되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특히 다른 교원단체들은 모두 자기 회원들의 회비로 임금을 주면서 휴직을 하는 무급휴직이지만 교총만 유급 파견을 허용한 것은 특혜이자 근거 없는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교총은 세금으로 임금 주는 유급 파견, 전교조는 무급 휴직도 불허


울산교육청 담당자는 "울산만 현직 교원이 회장이라서 그렇고 다른 지역은 교장들이 회장이라서 파견을 허용한 것"이라고 예외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확인 결과 광주에도 평교사가 회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논리라면 전교조나 좋은교사모임 대표 역시 평교사이기 때문에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울산과 대전교육청은 전교조 시도지부장의 휴직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시도지부장 역시 회원들의 직접 선거로 뽑힌 대표인데다 회원들의 회비로 임금을 주는 무급휴직임에도 교과부 지침을 근거로 휴직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의 또다른 담당자는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교과부의 지침을 무시할 수는 없어 결론을 부정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혀 교과부의 지시 사항이었음을 인정했다. 현행 법률상 교육자치의 정신에 따라 교원의 휴직 허가권자는 교과부 장관이 아니라 시도교육감이다. 주민직선으로 뽑힌 시도교육감이 교과부 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동훈찬 대변인은 "현 교육 당국의 교총 편애와 전교조 탄압이 해도해도 너무하다. 어떻게 교총에게만 국민의 세금으로 법적 근거도 미약한 파견 교사를 허용하면서 전교조는 무급 휴직도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교육당국의 교총 편애-전교조 박해 지적에 교과부 장관과 울산교육감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교총 #전교조 #파견 #좋은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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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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