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친이, 친박 싸움이 정리돼 2012년 4월 총선을 박근혜 후보가 지휘하고, '정권 심판론'이 실종된 상황에서 야권은 지리한 협상만 벌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민주진보진영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은 무엇인가. 대오각성을 통한 대동단결 뿐이다."
야권단일정당 창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백만송이 민란, 국민의 명령(백만 민란)' 문성근 대표가 '연합정당 건설'을 절절히 호소했다. 새로 건설될 연합정당에 '정파등록제'를 도입해 각 정당의 정체성을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새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치대통합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이학영 공동의장은 '선(先) 진보대통합 후(後) 민주대연합'을 주장했다.
'민주진보진영의 2012년 총·대선 승리'라는 목적은 같았다. '방법'만 달랐다. '백만 민란'과 '시민회의'가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선거연합 가능한가' 토론회에 참여한 각 야당의 '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가치동맹 추진기구'를 동력으로 삼은 단일정당 건설을 주장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과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선(先) 진보대통합·후(後) 민주대연합' 원칙을 고수했다. 노 전 대표는 이에 덧붙여 선거연대를 위한 '가설정당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시민 원장은 '야권단일정당'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열린우리당이라는 자유주의 연합정당의 비극적 종말이 어떤 의도와 어떤 행동 때문에 비롯된 것인가를 돌아본다면, 그 정당보다 폭이 넓은 자유주의·진보주의 연합정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어, "진보통합, 그리고 민주당과의 대연합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보통합정당은 할 능력이 되는가'고 자문할 때도 여기까지는 할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향한 '러브콜'이었다.
그는 "(진보통합 논의에 참여하라는)초대장을 보내주지 않은 분들은 참여당이 봉변을 당할까 배려해주신 것이지만 우리는 주최 측이 봉변당할까 싶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당원들의 분위기와 논의를 살펴볼 때 (진보대통합은)무척 훌륭한 일이고 이 정도의 일은 함께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참여당이 자유주의 정당임에도 (민주당과)연합정당을 못하고 따로 가는 것은 노선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와 신뢰의 문제에 해당된다"며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단칼에 잘랐다.
"정치역정을 볼 때, 민주당과의 통합이 쉬운 길인데 왜 어려운 길을 택했느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질문에도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기호 2번이 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분들이 많지만 편한 길로 가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며 "지역을 깔고 앉아서 거대 양당 구조로 가는 것은 발전이 아니다, (지역주의 정당)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가 바뀌기 힘들단 문제의식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준수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합리적 규칙을 만들어도 무너지기도 한다, 설혹 그 규칙을 다시 만들더라도 모두가 준수하리란 기대가 없다"며 열린우리당의 실패 사례을 덧붙였다.
노회찬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유 원장의 '러브콜'에 진보정당들은 원론적이지만 호의적으로 응답했다.
강기갑 의원은 "진보진영 대통합 과정에서 참여당이 진보진영에 참여할지 여부는 논의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과 반(反)신자유주의라는 진보진영의 가치를 동의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역시 "진보대통합 논의는 진보정당 답게 정책과 이념, 가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핵심은 민주당이었다. 강 의원과 노 전 대표 모두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엔 동의했다. 다만, '통합'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강기갑 의원은 지난 2009년 10·28 재보선 당시 후보단일화 실패 사례를 말했다. 당시 민노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야3당은 안산상록을의 임종인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고 김영환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강기갑 의원은 "민노당은 당시 다른 지역 후보를 다 포기하고 안산상록을을 단일화하자고 했다"며 "이것이 야권의 큰 힘을 모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는데 결국 안 되고 민주당 중심으로 모두 싹 빨려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이 때문에 제일 먼저 진보진영 대통합을 먼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민도 그런 형태의 야권대연합에 대해 기대 안 할 것이고, 힘도 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용으로 야권대연합을 해봐야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절규했었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도 "야권단일정당이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지속가능한 정당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다 합하다 보면 무지개연합정당이 될 수밖에 없는데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선거연대를 위한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가설정당을 등록하자"고 제안했다. 민노당의 전신인 '국민승리 21' 때를 볼 때, 가설정당의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고, 현행 선거법을 어기지 않고 당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치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게 그의 주장이었다.
노 전 대표는 "각 정당의 당원들이 하루만 이 가설정당에 입당해 투표하는 것"이라며 "각 지역구의 예비후보 3~4명이 각각 1000명 씩만 모으더라도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냐, 이렇게 모아서 신명나게 하지 않으면 (선거연합은)정치인의 필요에 의해 하는 집안잔치 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민주당에 비해 동원력이 부족한 군소정당에게 유리한 방안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노회찬 전 대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국민참여경선 때 국민참여당이나 민노당, 진보신당 등 이런 당이 '소연합'을 구축해 민주당과 1대1로 붙으면 된다"며 "현재 구도에선 가설정당이 가장 현실적인 야권단일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가치동맹 추진기구' 만들어 오는 9월에 단일정당 추진시켜야"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단일정당론'을 펼쳤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야권통합 논의가 별 진전이 없다"며 "2012년 이후 국가운영 원리를 결정할 '가치동맹 추진기구'를 만들자"고 공개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은 "각 당의 스케줄이 있는 만큼 올해 12월까지 야권단일정당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면 그 전까지는 논의가 끝나야 한다"며 "가치동맹 추진기구의 각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국가·한반도 평화·노동문제 등 세 가지 가치를 중심에 놓고 각 야당이 2012년 대선 이후의 국가 비전과 정책을 만들어간다면 이를 동력으로 9월까지 '단일정당 추진기구'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민주당을 향한 다른 정당의 비판도 겸허히 수용했다. 그는 "민주당이 한미FTA를 추진했고 신자유주의 세력이었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그러나 개인도, 정치도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강령과 당헌당규에서 중도개혁주의의 깃발을 내리고 진보적 깃발을 내걸었다"며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이 바로 그것인데 앞으론 강령이 정한 바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중도'를 포기하고 '좌클릭'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겠냐"는 고성국 <프레시안> 기획위원의 질의에도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열광했던 지지자들에게 민주당은 한 게 없다"며 "일자리, 주거, 노후, 건강, 교육 등에 대해 구체적 비전과 대안을 갖지 못한 민주당이 어떻게 다시 정권을 달라고 하겠나"고 답했다.
이어 "3년 사이에 국민들의 현실 인식도 바뀌었다"며 "열악한 사회조건을 국민이 인식하고 있고 그를 대변해야 할 정당이 진보적인 길을 가도록 강제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