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생 집단행동 사태 유감"

"사법연수생은 예비법조인으로 자신부터 법과 원칙 준수하는 자세 가져야"

등록 2011.03.04 17:32수정 2011.03.04 17:36
0
원고료로 응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제42기 사법연수생들이 법무부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검사 선발 방안과 대법원의 '판사 인턴제'에 반발해 사법연수원 입소식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박 처장은 4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 수석부장판사 회의에서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발표한 인사말에서 "며칠 전 사법연수원에서 일부 연수생들이 연수원 입소식에 불참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사법연수생은 예비법조인으로 장차 법치주의의 실현을 담당해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자신부터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사법연수생은 공직자의 신분에 있으므로 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에서 금지되는 집단행위를 한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법조인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처장은 이와 함께 친형 등 측근을 법정관리 기업의 감사 등으로 선임해 물의를 빚은 '광주지법 S수석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법관은 법관윤리에 따라 재판업무에 공정성과 청렴성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공정성과 청렴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며 법관의 염결(廉潔, 청렴·결백)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그런데 최근 한 법관이 자신의 친형을 법정관리 업체의 감사로 선임하거나, 자신의 전 운전기사를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한 사례가 있어 사법불신이 초래되고 있다"며 "현재 사실관계에 관해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적정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간과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박 처장은 수석부장판사들에게 밖으로는 국민과 법원과의 통로를 이어주고, 안으로는 법원장과 법관, 직원을 하나로 맺어주는 수석부장 본연을 역할을 잘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처장은 이를 위해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는 사법권의 위임자인 국민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고, 법원 가족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때로는 그들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위로자로서, 때로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재판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의 정신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재판절차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힘쓰되, 일선 법관들이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힘써 달라"고 말했다.

 

또한 박 처장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재판이고, 훌륭한 법관은 재판을 잘 하는 법관이며, 사법행정은 결국 이러한 재판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속 법관들이 재판을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고 수석부장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재판을 잘 한다'는 것은 사건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재판의 권위가 유지되고 동시에 국민의 승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재판의 권위와 국민의 승복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절차의 진행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며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법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또한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단순히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재판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의 정신을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수석부장판사들은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재판절차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밖에 박 처장은 "약 2개월 후인 5월 2일부터는 시군법원을 제외한 모든 법원의 민사소송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소송서류를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고, 전자적으로 송달받으며, 기록도 전자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전자소송이 실시될 예정"이라며 "전자소송의 실시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민사소송의 모든 부분에서 획기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므로, 그 안정적·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는 매년 초 새로 보임된 신임 수석부장판사들의 상견례와 법원 운영에 관한 실무협의를 위해 마련되는 회의. 이날 회의에는 김상준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 전국 26개 법원의 수석부장판사 28명이 참석했으며, 박 처장이 언급한 광주지법 S수석부장판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3.04 17:32ⓒ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생 #수석부장회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