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전 태봉고등학교 교장.
윤성효
- 개교 1년을 평가한다면.
"1년 평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더 잘 알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큰 성장을 했다고 자평한다. 처음에는 다들 염려했다. 대안학교는 사립에서나 해야지 공립에서 되겠느냐고 했다. 꼴통 아이들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일 수 있느냐고 했다. 비판도 많았다. 그러면 저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했다. 공립에서 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냐는 거다. 사립 대안학교는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 인원도 적다. 최근 교사를 추가로 뽑았는데 경쟁률이 3대1이었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있었다."
- 공립대안학교가 왜 필요한가. "지금 일반 학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가 깨졌다고 본다. 입시위주 교육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실천이 잘 안 된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학생이 한 해 7~8만명에 이르고, 경남만 해도 2000명 정도다. 사립대안학교에 대해 일부에서는 '귀족학교'라고 비판하는데, 실상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서민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공무원이나 중산층이 그런 말을 하면 서글프다.
국가가 당연히 세금으로 해야 할 교육인데, 왜 부모님들이 이중삼중으로 돈을 내면서 자녀들에게 대안교육을 받도록 해야하나? 부모님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더 이상 대안학교를 두고 '귀족학교' 운운하는 소리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 소리보다도 왜 공립대안학교를 더 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난 십수년 동안 대안교육은 사립에 떠맡겨 왔다. 이제는 국가 세금으로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계속 사립에만 맡기면 이는 직무유기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교가 대안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안학교다 일반학교다 하는 그런 구별도 없어져야 한다. 그냥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학교, 좋은 학교만 있어야 한다."
- 다른 지역에서도 공립대안학교에 관심이 많나? "가뜩이나 기숙형 공립대안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언론사 취재도 많았다. 전국 각 시도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오고 있다. 대전교육청 박백범 부교육감이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 배성근 학교선진화과장이 지난해 세 번이나 다녀갔고, 지난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설동근 차관도 오셔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여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공립대안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교실 부족 ... "21세기 인재는 과학고에만 있는 거 아니다" - 대안학교는 자유가 강조된다고 하는데. "당연하다. 자유인이 된다는 것, 어쩌면 그게 인격의 완성인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자유는 치열한 삶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그냥 굴러들어오는 호박이 아니다. 자유를 방종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남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어울려 사는 공동체 속에 남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보일 때 그런 것이다. 친구를 해치거나 자기 몸을 해치는 행동을 보고도 제재하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고 방종이다.
그럴 때는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잔소리도 비난하는 말투로 하면 곤란하다. 잔소리도 진정으로 존중과 사랑을 담아서 하면 아이들은 곧바로 알아차린다. 기존 학교에서는 폭력적이고 일방통행식 잔소리라면, 여기서는 우선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고, 귀를 기울여 끝까지 들어주는 것부터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랑은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한 학년 45명이 갈등하고 싸울 수도 있는데, 그런 것으로 인해 옆 사람을, 친구를 잃을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