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정문에는 현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항의로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오창균
참여연대 정기총회에 꼭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회비를 후원한지 10년 되었다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낙천낙선을 주도했던 참여연대에 처음으로 후원금을 냈다. 그 당시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것은 우리사회의 정의를 수호하는 시민단체 하나쯤은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놨을 뿐이라는 어느 영화배우의 말처럼, 함께 밥상을 차리지는 못하더라도 쌀 한줌 보태줘야 미안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이나 63빌딩도 못 가본 사람이 수두룩 하다더니, 종로바닥을 쓸고 다녔던 시절이 10년도 넘을텐데, 지난 5일 토요일 처음으로 조계사를 찾았다.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에서 계속 직진으로 걸어가다가 재개발로 사라진 피맛골에서 자리를 옮긴 빈대떡으로 유명한 열차집 간판도 보았다.
빌딩숲에 가려서 좀처럼 절을 찾지는 못했지만 불교용품점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봐서 근처에 있겠거니 하고 시간도 여유가 있는지라 각종 불교용품들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시간에 맞춰서 조계사로 들어서니 눈에 익은 펼침막이 정문에 걸려있었다. 며칠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교회가 국민통합에 가교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무신론자인 내가 보기에도 다른 종교와의 소통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총회가 열리는 불교역사박물관 강당으로 들어가서 방명록에 이름을 쓰자 가슴에 꽃을 달아주어 조금은 쑥스러웠다. 결혼할 때 말고는 가슴에 꽃을 달아본 적이 없는것 같은데... 악기를 연주하는 소모임 회원들의 공연으로 총회가 시작되었다. 10년을 근속한 상근활동가들에 대한 시상에 이어 10년을 맞이한 후원회원들이 무대위로 올라 가 대표활동가들이 직접 써준 감사장과 금색책갈피를 받았다. 그 때 나는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좋은 세상이 오더라도 참여연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