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빼곡히 적혀있는 안내수칙들
하연주 박인권
주인장 알바로 몰리나(Alvaro Molina)씨는 지역사회의 환경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미 오메떼뻬 가이드 북 집필과 친환경 교육 등 섬 보호운동에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하루에 두 차례 이곳에서 야학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 체류중인 영어권 배낭객이 이곳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면, 투숙비와 식비를 좀 깎아주는 모양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곳 주변엔 몇 개의 방이 있는데, 하필 칠판 바로 옆에 우리 방문이 있었다. 야학 중에는 방에 들어앉아 있기 힘들만큼 시끄러운 데다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이만저만 눈치를 주는 게 아니다. 어쩌겠는가? 좋은 의도로 하는 야학이니, 항의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처음 방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 환영의 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게다가 하얀색 캐노피가 천장 아래로 길게 내려져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기도 잠시, 꽃을 치워보니 꽃잎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작은 개미떼들이 어느덧 침대 위를 장악하고 있는게 아닌가? 뭔가 어설프다. 이번엔 침대 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무릎 위로 알수 없는 물체가 툭 떨어진다. 뭔가하고 빤히 봤더니, 도마뱀 한마리가 휘리릭 지나갔다. 기겁할 노릇이다. 이건, 지나치게 친환경적인 것 아닌가?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대단하다. 모든 음식은 지역 식자재를 이용하는데, 특히 닭, 돼지 등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풀어 키운 것들이다. 아침 저녁은 뷔페. 종소리와 함께 식사시간을 알린다. 밥때를 놓치면 따로 주문해 먹어야 한다. 호텔 근처는 그야말로 깡시골이라 밖에서 다른 것을 사먹기도 힘들다. 하지만, 다행히 음식맛은 니카라과에서 먹은 것 중 단연 최고였다. 남은 음식물은 돼지 사료로 쓰고 있었다.
소년들의 습격워낙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관계로 호텔에서는 승마, 낚시, 수영, 카약, 등산들을 할 수 있도록 알아서 서비스 하고 있었다. 특히 일인당 미화 15달러를 주면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무한대로 카약을 즐길 수 있다. 조금 비싼듯 하지만, 섬 주변을 탐험하는데 카약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게다가 이곳의 카약은 얼마 전에 니카라과 호수에서 탔던 것과 수준이 확연히 달랐다. 프론터 일을 하던 젊은 청년은 일몰이 시작될 무렵이 카약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귀띔해줬다.
우리의 목적지는 원숭이 섬(Monkeys Island). 예전에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던 원숭이를 하나 둘씩 이 작은 섬에 풀어줬는데, 이제는 '원숭이 섬'이라 일컬을 만큼 그들이 섬을 장악하고 있단다. 근데 녀석들의 성격이 장난이 아닌가보다. 호텔 벽면에는 원숭이를 자극하거나 놀리면 물릴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크게 써있다. 먹이를 줘서도, 가까이 가서도 안된다니, 정말 원숭이떼 습격이라도 당할세라 걱정이 앞선다.
호숫가에 비치되어있는 카약을 타고 고요한 물 위를 차락차락 노 저어간다. 곧 콘셉시온 화산이 보였다. 꼭대기는 항상 화산연기와 구름이 뒤엉켜있어 그 모양이 볼 때마다 다르다. 산할아버지의 구름모자는 때로는 슈크림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넓다란 버섯모양처럼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