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동문화마을
김준영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시작한 여행이었기 때문일까? 감천동 문화마을을 여행하는 내내 사진
속 풍경을 찾았다. 어딜까? 어디서 담았을까? 층층이 구성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집들을 발아래에 두고 찍을 수 있었던 장소가 어디였을까?
감천동 문화마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걸으며 사진 한 장의 장소를 찾느라 온 정신이 쏠려 있었다. 사진 속 장소를 찾으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사이로 한발자국 한발자국 걸어 들어간다.
언덕 위에 만들어진 집들의 간격은 딱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듯 했다. 한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골목길 사이사이로 파스텔 톤의 집들이 있는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집에서 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한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걷는 내내 마음은 무겁고 남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침입하는 듯한 기분으로
인해 일행들과의 여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70~80년대 주택가 풍경이 이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 골목길 사이로 아주 미세한 틈을 두고 있는 집들을 보자, 왜 감천동 문화마을이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는지 절로 이해되었다. 앞집에 의해 뒷집이 가리지 않게 해 사람 간의 정이 살아 있는 마을, 옛날의 미덕이 건물 하나하나에도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는 더 정겨운 마음으로 감천동 문화마을을 걷게 되었다. 단,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