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표지
불광출판사
모든 종교에는 계율이 있다. 불교도에게는 계율이 있다. 계율은 계와 율의 합성어이다. 계율이라는 말은 본래 인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이 말은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후에야 만들어진 말이다. 하지만 계(戒)와 율(律)은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계는 개인의 문제고 율은 승가공동체의 문제다.
승가에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출가자들이 있다. 이들이 공동체 성원으로서 통일된 행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율'이고, 내용을 적어 놓은 것이 '율장'이다. 이렇듯 율이라는 것은 승가라고 하는 집단 속에서 적용되는 법률이다. 율을 어기는 자에게는 승가의 이름으로 벌을 준다.
계는 본래 '좋은 습관'이라는 의미다. 내용을 보면, 부처님 당시에 인도 사회에 널리 권해지던 도덕률이다. 기본적으로는 살(殺)‧도(盜)‧음(淫)‧망(妄)‧주(酒)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5계의 내용들이다. 불교에서는 5계를 재가신도를 위한 계로서 인식하지만,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에서는 자이나교와 같이 출가‧재가자 공통의 도덕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이런 계는 승가라고 하는 특별한 종교집단과는 별 상관이 없다. 수행자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생활 도덕일 뿐이다. 계를 위반하더라도 벌을 내릴 수는 없다. 순전히 내면적 책임과 참회만이 있을 뿐이다.
'계율학의 권위' 원영 스님, 스님 생활과 계율에 답했다세상 사람들은 부처님과 그의 제자들인 스님들의 생활을 궁금해 한다. 때로는 세속의 눈으로, 때로는 종교적 경건함으로 호기심을 갖는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출가했고, 어떻게 수행했으며, 어떻게 먹고 입고 자는지 하는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다들 묻고 싶어한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일본 교토의 하나조노대학에서 <대승계와 남산율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한불교 조계종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연구 중인 우리 불교계 '계율학'의 권위, 원영 스님이 독자들의 의문에 답했다.
계율이 주는 엄격함 때문이리라. 한국 불교에서는 계율을 언급하는 것이 유독 꺼려져 왔다. 그런 까닭에 계율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조차 매우 적었고, 간화선 위주의 선불교 전통 또한 여기에 한 몫 더했다. 스님은 책을 '출가', '수행', '생활', '사찰', '행사', '계율'의 총 여섯 분야로 나눈 다음, 스님의 일상과 수행을 더해 승려 개인과 승가 공동체 속의 계율을 버무려냈다.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의 생활에 기반한 계율의 연원을 탐색함과 동시에 이 시대의 불교와 불교도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지를 고뇌했다.
우리 사회에서 탁발이 사라진 이유는?2600여 년 전 부처님 당시로 되돌아가보자. 마을까지 걸어간 부처님과 제자들은 공양물을 탁발한다. 그렇게 탁발한 음식은 정오가 되기 전 다 먹어야 했다. 시간이 넘어서면 애써 탁발을 했어도 먹을 수 없도록 율장이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해는 저물고 천둥 치는 험한 날씨에 한 비구가 임신한 장자부인의 집에 걸식을 하러 갔다. 부인은 비에 젖은 비구를 보고 놀라 낙태를 하게 됐다. 이때의 교훈이 율로 자리 잡았다.
탁발이라는 것은 청빈을 수단으로 삼는 수행자의 생활수단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탁발하는 스님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 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은 1964년에 탁발을 폐지시켰다. 불교의 전통으로야 기본적인 생활방식에 해당되겠지만, 우리 정서상 구걸로 비춰져 승려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율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해야 하는 한 증거다.
부처님 당시에 이미 이런 과정을 통해 변천된 율도 있다. 당시 인도 스님들이 입었던 가사는 떨어진 천을 주워와 손수 기워 만든 옷이다. 처음에는 시체를 싸던 옷을 주워서 만들거나, 버려진 옷을 주워 괴색으로 물들여 입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때 나온 이름이 '분소의'(糞掃衣)다.
율장에 의하면, 두개골로 된 발우를 들고 다 떨어진 분소의를 입은 비구가 마을에 걸식하러 갔다. 이번에도 포태한 여인을 놀라게 했다. 이웃들이 비구를 비난하게 됐다. 사실을 듣게 된 부처님은 해골로 만든 발우와 분소의로 온몸을 감는 것을 금지시켰다. 이후 제자들은 의복을 깨끗하게 빨아서 정갈하게 갖추어 입게 되었고, 신도가 새 천을 공양하면 받아 입는 것도 허용했다. 불교의 계율사다.
스님들은 돈도 교통카드도 신용카드도 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