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치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시민4단위(희망과 대안, 시민주권, 민주통합시민행동, 한국진보연대)가 내건 '시민중재안'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최종 수용하기로,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은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은 22일 오후9시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텃밭인 순천에 통 큰 양보를 통해서 야권연대의 기틀을 마련했었다"며 "이번에도 민주당은 고심 끝에 야권이 연대, 연합하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드는 자세로 대의를 위해서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민주당이 제안했던 방안에 비추어보면 미흡한 점이 많지만 마음을 비우는 자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기존 합의문대로 '3+1' 빅4(김해,분당,순천+강원지사) 지역 이외 기초단위까지 협상의 문을 열라면서 현재의 중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참여당도 아직까지 선거기한이 남아 있으니 좀더 여지를 갖고 계속 협상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나, 현재 상태 그대로 수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치협상은 결렬됐지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2일 오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찾아온 상견례 자리에서는 '야권연대' 환담의 꽃이 피었다. 장외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고 가지만, 대표간 회동에서는 얼굴 붉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의사당 본관 2층 민주당 대표실에서 유시민 대표를 맞이하면서 "신수가 좋으시다, 이제 당대표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냐, 앞으로 야권의 민주진보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유 대표는 "앞으로 잘 하겠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더 큰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주시고 보듬어주시면서 모든 어려운 문제를 잘 타개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손 대표가 "유 대표에 대한 기대가 많다"며 "나도 오늘 유 대표가 오신다고 해서 다른 일정을 조정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정당 중에서는 가장 먼저 민주당을 방문했다"며 "민주당이 야권의 큰집 아니냐"고 맞받았다.
손 대표는 "시간이 허락하면 많은 언론과 접촉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내년 정권교체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며 "야권의 민주세력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데 유시민 대표가 (선출)된 것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한 손 대표가 4월 말 출간예정인 유시민 대표의 새 책에 대해 묻자 유 대표는 "정치학과 교수님 앞에서 죄송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학규 "진실한 학자는 정치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손 대표는 "내가 공부를 깊이 했다면 정치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신시절 반유신 운동을 하면서 도망 다니고 매도 많이 맞아서 1980년 '서울의 봄' 때 민주화가 다 된 줄 알고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 공부가 재밌네 느꼈지만 억지로 박사학위를 쓰면서 참 힘들었다"고 과거 시절의 일단을 비추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 학자 출신, 교수 출신이라고 나오면 속으로 학자들을 모독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진실한 학자들은 정치의 유혹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두 대표 간 비공개 회동에서는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위한 각 당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며 "이 시대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그 흐름을 찾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는 "결국 정치는 국민이 결정하는 것 같다"며 "작은 당들이 실제로 비판을 날카롭게 하더라도 결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잘 될 때 일이 잘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유 대표는 "우리말이 조금 선명하고 날카롭더라도 결국 민주당의 선택이 전체의 판을 주도한다고 생각한다"며 "넓은 가슴으로 포용해 주신다면 국민참여당의 장점을 살려 우리의 역할을 잘해보겠다"고 포부를 다지기도 했다.
유시민 "1987년 이후 제각각 흩어져 살다 20년 만에 다시 만나"
한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찾아간 유시민 대표는 "유신 때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1987년 대선 이후 제각각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떠나 20년 넘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살다가 재작년부터 다시 같은 길에서 만나는 것 같다"며 "삶도 정치도 살다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다시 길이 합쳐지는 모양"이라고 최근 '야권연대' 상황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유 대표는 "지금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또 어느 지점에선 다른 길이 나올지 모르나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오해와 미움 없이 갔으면 좋겠다"며 "유신과 5공화국을 거친 많은 사람들이 시민의 기본권, 노동기본권, 농민생존권, 양성평등을 제일 소중히 생각하면서 왔던 모습을 살펴서 민주주의와 우리 정치의 새 길을 열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6·2 지방선거 야권연대) 가지 않았던 길을 같이 간 것에 국민들이 모여 뜨거운 열망으로 맞이해주셔서 아, 우리가 길을 잘못 들은 건 아니구나 안심했다"며 "조금 더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 좋은 나라, 책임 있는 정치가 되도록 서로 탐색도 하고 때로는 경쟁도 하면서 함께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통하면 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대해 섬세하게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권양숙 "김경수 훌륭한 인재이니 꼭 기억해달라" 당부
이처럼 대표간 회동에서는 시종일관 화합적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장외에서는 막판 기싸움이 한창이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시민단체가 내건 '4·27 재보선 중재안'에 대한 답을 오늘까지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접점을 찾고 있지 못하다"면서 "민주당이 결심을 하지 못하고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 대변인은 "민주당이 제안한 국민참여경선을 국민참여당이 못 받겠다면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 하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참여경선과 여론조사 5 : 5 방안이 절충안으로 나와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차 대변인은 전날 노무현 대통령 사저 봉하마을에 머물고 있는 권양숙씨와 손학규 대표 간 회동을 전달하면서 "권 여사께서는 모두 한 가지 아니냐고 말씀하셨다"며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가리키며 손 대표에게 훌륭한 인재이니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여러모로 저희가 피해를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말했다"고 전달했다.
민주노동당은 '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치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야당 중에는 처음으로 시민단체가 내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중재안이 야권연합 성사를 위한 시민사회의 고심어린 결정으로 보고 민주노동당은 이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며 "4·27 재보선 야권연합을 촉진하기 위해 합의가능한 정당들 사이의 선단일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후보단일화 및 야권연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강원도지사 선거의 경우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공동지방정부 협약이 전면 불이행된 데 대한 민주당의 책임있는 평가와 구속력 있는 방안 마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지역차원에서 별도 논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차 대변인은 전했고, 오후 3시 연대연합특별위원회가 비공개로 영등포당사에서 열린다.
진보신당은 "4·27 재보선 정치협상이 미래지향적 공동의 대안을 중심으로 한 정책연합과 상호 호혜 존중의 원칙에 입각해 함께 참여하고 책임지는 방식의 연합이 준수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재천명하는 방식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21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7차 실무협상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는 순천을 제외하고 다수당인 민주당이 야권연합 후보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라며 "울산 중구청장 재보궐 선거와 관련, 민주당 울산시당은 진보신당 황세영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과 함께 후보단일화 정신을 정면으로 파기하는 행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진보신당은 "가치중심의 정책연합과 호혜존중 정신에 입각한 야권연합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지만, "상대를 부정하거나 어느 일방만이 연합후보가 될 수 있다는 패권적 태도에 대해서는 타협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당은 아직까지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재안 수락제한 시한은 23일 자정까지다.
2011.03.22 15:12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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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중재안' 민주·민노당 OK, 참여·진보신당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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