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유성호
"정운찬은 정치를 잘 모른다. 답답하다."
한때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멘토였으나, 정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면서 소원해진 김종인 전 의원의 평가다. '대기업-중소기업 이익공유제' 논란으로 사직서를 내고, 미행설까지 제기한 정 위원장을 보면서 한 말이다.
2009년 9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을 수락한 직후부터 정 위원장은, 김 전 의원의 말대로 '답답한' 행보를 계속해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서울대 총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때는 자신에 맞선 대항마로 출마를 검토했던 정 위원장을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실용'의 기수로 국무총리에 지명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민주당이 깊은 한숨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청와대 발표 직후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그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볼 때 세종시는 효율적인 모습이 아니다"며 세종시 수정론을 공식 언급했다. 대선 공약을 번복한 이명박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나선 나름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의 '공적'이 되기로 자초한 것이었고, 민주당과 선진당은 물론 '박근혜 대항마'로 영입된 그를 경계하던 '친박'(박근혜계)에도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본인의 병역문제, 아들의 이중국적문제, 공무원겸직금지 위반, 소득 불성실신고, 탈루 등이 계속 폭로되면서 '양파', '비리백화점'이라는 치욕적인 애칭을 얻었다.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받은 뒤 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면서 "어쨌거나 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심려를 끼쳤다"고 송구함을 나타낼 정도였다.
그렇게 만신창이 상태로 총리가 됐지만, 이 대통령의 고집으로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결국 10개월 만에 퇴진했다. 그 스스로 자신을 '세종시 총리'로 묶은 결과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들이받으면서 '개혁'의 화신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회창의 길'을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그의 퇴진은 불명예스러운 것이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청와대 압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따라붙었다.
동반성장위원장으로 복귀... MB-이건희 아닌 장관에게 뒤늦은 '몽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