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화장실 못가는 아이가 그저 우리 집만의 고민거리는 아닌 듯 하다.
김학용
"난 비데 없으면 똥 못 싸!""엄마~! 나 급해! 화장실!!""녀석아, 급하면 학교에서 볼일을 봐야지~! 집에까지 참고 오면 어떡해?""아…. 해봤는데, 안 나온단 말이에요. 그리고 화장지로 닦으면 찝찝하고 신경쓰인단 말이에요.""그럼 학교에서 X이 마려우면 어떻게 하냐?""그냥 무조건 참는 거죠, 뭐…. 설마, 싸기야 하겠어요?""……."아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환경이 바뀌어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지난겨울의 3박4일 영어 캠프때도 마찬가지였다. 3일동안 먹은 음식들이 몸에서 스스로 완전연소 분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생리현상 참는 그 자체가 고문이었을 텐데…. 영어공부나 제대로 하고 왔는지 의심스럽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큰일을 보기까지 4일이나 걸린 것이다.
형과 마찬가지로 집에서만 볼일을 보는 3학년 작은 아이도 참을성의 한계를 넘어버려 속옷에 묻혀오는 일까지 있었다. 오히려 더 가관이다.
"엄마, 우리 집엔 비데가 있는데 학교에는 없어. 난 비데 없으면 X 못 싸! 엄마가 학교선생님하고 학원에 비데 해달라고 이야기 좀 해줘…. 엄마는 내가 화장실 못가는 심정을 알기나 해?"'뭐어? 비데? 비이이이데에? 어디서 건방지게 비데를 찾고 있어! 아빠 때는 푸세식에서 파리 떼 물리쳐가며 코 틀어막고 싸는 것도 감지덕지였어!'라고 소리칠 뻔 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아이인 것을…. 그렇다, 아이만 탓할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두 아이가 집과 환경이 다른 화장실 변기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휴지 사용법이 아직도 서투르다는 것이었다.
비데가 만든 신풍속도... 몰래 집에 다녀오는 아이들비데가 만들어낸 '고급형 아이'는 우리 집만의 '속병'일까?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는 학교에서 화장실 못가는 아이가 그저 우리 집만의 고민거리는 아닌 듯했다.
쉬는 시간에 한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던 그 아이는 30분후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나타났다. 아이에게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 집에 가서 똥 싸고 왔어요!"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비데만 사용하다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자 학교에서는 화장실을 못가는 것이었다. 아침에 급하게 등교하느라 볼일을 못보고 가면 학교에서라도 볼일을 봐야 하지만 직접 닦아보지 못한 아이에겐 일반 변기사용은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집에서 비데를 쓰는 아이들이 밖에서는 절대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참았다가 꼭 집에서 볼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비데 없는 곳엔 안 가려고 하는 버릇이 만들어낸 이 사건들은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뒤처리 못하는 '고급형아이', 공부나 제대로 될까?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옷에 흙탕물이 묻어도,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더라도, 급식으로 나온 반찬이 맛이 없더라도, 선생님에게 혼이 나서 눈물이 쏙 빠지더라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학교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해 변을 못보고 안절부절 못한다면 무슨 공부가 제대로 되겠는가. 비데 없이는 뒤처리도 잘 못하는 '고급형아이'가 단체여행이라도 떠난다면 정말 큰일이다.
(아주 많이 늦었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집 아이들은 낯선 화장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통아이'로 거듭나기 위해 부지런히 뒤처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요즘은 일부러 두 아들을 공중화장실로 보내기도 한다. 어떤 화장실에 가서라도 볼일을 보고 휴지로 닦고 물을 내릴 줄 아는 일,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렵고도 멀었다.
변을 못보고 몰래 집으로 와서 비데로 해결하려고 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취학을 준비하고 있는 부모라면 꼭 명심하시라. 집에서 비데를 사용하고 있다면, 입학 전에 휴지로 항문을 닦고 뒤처리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이 혼자서 화장실에 가서 배변을 보는 것은 물론 스스로 뒤처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혼자 용변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기른 후 고학년부터 비데사용을 허락해도 결코 늦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공유하기
"엄마는 화장실 못가는 내 심정, 알기나 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