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용사 두 번 죽이지 마라? 의문 제기 막는 보수신문

[이것이 정치다 47] 천안함 사건 1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등록 2011.03.27 15:06수정 2011.03.2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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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46명의 천안함 승조원들이 꽃다운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도 한반도의 긴장과 남남갈등을 고조시킨,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 끔찍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1년간 어떤 변화를 가져 왔을까? 이 사건은 또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안겨줬을까?

그러나 이런 물음에 대한 명료한 답을 당장 구할 수가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존재하는 불행한 이유들 때문이다.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아직도 많다. '북한이 한 행위'라고 우리 정부가 발표하긴 했지만,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0%는 그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그렇게 서둘러 조사를 마쳤을까? 조사 과정이 부실했음에도 정부는 단기간에 조사를 끝내고자 관련 절차를 지나치게 서둘렀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꾸었다. 정보 통제도 시도했다. 과학자들의 의문제기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도 부족했다.

왜 그랬을까?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를 의식한 때문이었을까? 결국 합리적 절차와 과학적 설명이 결여된 부실한 '북풍' 카드를 꺼낸 정부와 여당에게 실익을 안겨줄 리 만무했다. 되레 역풍을 만났다. 여당은 선거 후 참담한 충격에 휩싸였다. MB정권의 중간 평가나 다름없는 선거였다.

방통위, 천안함 사건 1주기 앞두고 '추적60분'에 '경고'

 천안함 사건 1주년을 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에서 이용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각계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국회에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을 제언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1주년을 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에서 이용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각계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국회에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을 제언하고 있다. 유성호

되짚어보면,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닷새 전인 지난해 5월 15일, 인양된 어뢰추진체를 제시하면서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물리화학적 분석이 채 안 된 상태에서 결과를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조사 결과는 국제사회에서 공인받는 데도 실패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의문을 제기했으며, 유엔 안보리도 모호한 내용의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지금도 조사 결과는 사실관계를 둘러싼 의문과 논쟁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어뢰추진체 흡착물질에 대한 과학자들의 실험과 추진체 구멍에서 멀쩡한 모양으로 발견된 조개껍데기 등이 의문을 키웠다.


많은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한 채 '무조건 정부 발표만 믿어라'는 식이다. '천안함 침몰 조사발표 의혹'과 관련된 언론의 탐사보도와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선 진실성과 적절성 대신 조급증이 가득 묻어난다.

천안함 사건 1주기를 앞둔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해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한 재심의를 통해 기어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은 대표적 사례다. 방통위는 지난 1월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KBS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방통위는 '원심 처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과를 내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천안함 사건 4개월 전 '대청해전'이 있었고, 8개월 뒤 '연평도 포격'이 있었다. 또 지난 1년간 좁은 최북단 서북지역에 치명적인 무기들이 결집됐다. 남북간 긴장국면이 더욱 공고화되고 남남갈등 또한 심화됐다. 보수와 진보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내놓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보수신문, 정부 믿지 않으면 무조건 '친북' 매도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 <카인즈>를 통해 1년 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 매체 유형별로 분석해 표로 작성했다.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 <카인즈>를 통해 1년 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 매체 유형별로 분석해 표로 작성했다. 박주현

다시 4·27 재보궐선거가 다가온다. 또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불안하다.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대해졌다. 그런데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언론은 어떤 행태를 취해 왔을까?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류임을 자처해 온 언론사들의 천안함 관련 뉴스들을 되짚어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언론은 지난 1년 동안 수용자, 즉 국민에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강요해 왔다. 보수·진보의 대척점에 서서 엇갈린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해 온 때문이다. 외줄타기식 의제설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섬뜩한 표현들로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편 가르는데 이골이 난 보수신문들의 이념공세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천안함 1주년을 맞아 언론은 일제히 유명을 달리한 승조원들의 명복을 빌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동아일보>는 25일 '시민 이름 참칭해 46용사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6일 '천안함이 드러낸 안보 현실과 대북 정책의 앞날'이란 사설에서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국민을 향해 "좌파", "북한 김정일 체제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세력들"이라고 매도하며 "북측을 편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정부 편에서 국민을 견제·감시했다.

이와는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국론통합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두 신문은 "더 이상의 분열과 퇴행을 막고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사건의 실체는 완전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더 미루지 말고 국회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정부 조사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처럼 두 부류의 주장과 이념이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다양성을 넘어 좌·우 극명한 골이 파일 대로 파였다. 분열과 갈등의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을 태세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해 3월 26일부터 1년이 지난 올해 3월 26일까지 국내 언론사들이 뿜어낸 '천안함 침몰' 관련 보도량과 보수·진보 신문들의 사설을 비교·분석한 결과에서 읽힌다. 

"정부 주장 옳다" vs "진실, 규명되지 않았다"

<카인즈(KINDS)> 기사검색 가능 언론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카인즈>에 수록된 서울지역 종합일간지는 모두 10개 신문사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아시아투데이> 등이다.

이밖에 서울지역 외 종합일간지는 25개 신문사로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경인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대전일보>, <매일신문>, <무등일보>, <부산일보>, <새전북신문>, <영남일보>, <인천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중도일보>, <중부매일>, <충북일보>,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등이다.

경제일간신문은 9개 신문사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이투데이>,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스투데이>, <프라임경제> 등 9개 신문사이다.

TV 방송뉴스는 KBS, MBC의 9시 종합뉴스 및 SBS의 8시 종합뉴스, KNN에서 보도된 기사에 해당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 1년 동안 생산·유통된 뉴스는 몇 꼭지나 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를 통해 지난 1년간 제목과 본문에서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 검색 건수는 무려 9만8424건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경제일간지가 가장 많은 2만8645건의 관련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관련된 불안한 의제가 줄을 이었다. 이어 서울지역 종합일간지 2만5137건, 서울지역 외 종합일간지 2만3718건, TV 1만594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천안함이 침몰한 이후 정부와 군 당국의 발표에 의존하던 초기 보도와는 달리 점점 침몰 원인을 놓고 의견·주장 기사가 증가하더니, 자사의 이념적 성향이 갈수록 짙게 반영된 보도행태를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언론사들이 1년여 동안 이렇게 많은 양의 보도를 한 것은 우선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남북 긴장 고조,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 책임론 등이 보도량 증가의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내 언론의 지대한 관심은 외적·내적 다양성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의 언론사들 간에는 상반된 주장이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대표적 사례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보수세력과 정부·권력의 편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진보와 정부·권력을 견제하는 편에서 각각 '천안함 의제'를 형성했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반공이념' 프레임에 수용자들을 가두려는 듯,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 의제를 '대결·전쟁' 구도로 계속 몰아갔다. 진보신문은 이와는 달리 '신중론'을 초기부터 제기하면서 '책임'과 '실체적 진실'에 무게를 두었다.

'이념 보도', 보수신문이 훨씬 많은 이유는?

 기사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천안함 침몰 이후 1년 동안 주요 언론사들의 관련 기사와 사설 및 칼럼을 수집, 표로 작성해 보았다.
기사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천안함 침몰 이후 1년 동안 주요 언론사들의 관련 기사와 사설 및 칼럼을 수집, 표로 작성해 보았다. 박주현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가 1년 동안 내보낸 '천안함' 관련 일반기사와 사설을 비교해보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카인즈>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 <조선일보> 기사는 <조선닷컴>이 운영하는 '파워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검색했다.

분석 결과, 보수신문들의 보도 건수가 진보신문들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일반기사는 2445건으로, 다른 신문들에 비해 많지 않았지만 사설·칼럼은 가장 많은 660건을 기간 동안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2947건을 보도해 네 신문들 중 일반기사는 가장 많았고, 사설·칼럼은 560건으로 <조선일보>의 뒤를 이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일반기사 2574건, 사설·칼럼 381건을 내보냈으며, <한겨레>는 일반기사 2450건, 사설·칼럼 374건으로 네 신문 중 가장 적은 보도량을 나타냈다. 양적인 면에서 신문사들 간 차이가 있었지만, 내용(질적)면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방송사들 중에는 1년 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를 KBS가 가장 많은 9384건 보도했으며, MBC 3460건, SBS 299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방송의 경우 대부분 환경감시 기능에 충실한 반면, 신문들의 경우 상관조정 기능에 주력했다. 신문들은 특히 사설과 칼럼에서 자사의 이념적 프레임을 드러내 보였다.

사설·칼럼을 사례별로 보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일찍이 색깔논쟁에 불을 지폈다. <조선일보>는 천안함 사건 이틀 후인 지난해 3월 29일 '실종자 구출과 진상 규명에 총력 집중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되지만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예단하고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며 신중론을 펼치는 듯 했다.

<조선일보>, "나라 품격 갉아먹는 인터넷 속 들쥐" "안보 재무장"

 <조선일보> 3월 21일자 5면.
<조선일보> 3월 21일자 5면.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는 불과 이틀 후인 3월 31일 김창균 정치부장인 쓴 '"북 소행 분명"만큼 위험한 "북 연관 없다"'란 칼럼에서 '북 연관 가능성'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4월 2일 '나라 품격 갉아먹는 인터넷 속 들쥐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선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표현들도 담았다. 
    
"이런 나라 상황에서 인터넷에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심성이 삐뚤어졌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수치다. 죽음을 앞둔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 같은 바다에 몇 번씩 몸을 던졌던 한주호 준위를 떠올리면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들쥐처럼 몰려다니며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 이들의 비열함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결국 '안보 재무장론'을 끄집어 들었다. 5월 5일 '정부·군·국민 삼위일체안보 재무장 절실하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못 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 전인 5월 4일 전군 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서 밝힌 내용을 사설에서 길게 인용했다.

"나는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했다. 원인을 찾으면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는 즉각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그런 후 1년이 지난 올해 3월 26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한보다 내부의 적(?)을  더욱 문제 삼았다. '천안함이 드러낸 안보 현실과 대북 정책의 앞날'이란 사설에서 이렇게 우려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내부에 대한민국보다 북한 김정일 체제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줬다. 그들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도움이 되는 한두 가지 정황으로 합조단 조사 결과에 흠집을 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동아일보>, "광우병 괴담 같은 천안함 괴담" 이념공세 '몰입'

<동아일보>의 '천안함' 이념 프레임도 <조선일보>와 비슷하다. 오히려 사설에선 더욱 선정적이고 날선 표현을 앞세웠다.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인 지난해 4월 20일, '다시 건군한다는 각오로 강군 만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천안함 사건이 북의 무력을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강군 도약의 획기적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무력 대응을 주장하더니 색안경을 쓰고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4월 30일 ''북한 비호' 해괴한 주장들 뿌리가 궁금하다'란 제목의 사설은 "일부 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며 "이전의 좌파 정권처럼 퍼주기만 계속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괴한 발상"이라고 전제한 뒤 "북의 '공식 부인'을 유일한 근거로 삼아 우리 군의 발표는 일절 믿지 않는 친북편향 세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5월 11일 사설에선 수위를 한 단계 높여 MBC <PD수첩>과 광우병을 들먹이며 '편 가르기'에 몰입한다.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좌파 매체와 일부 지식인, 명색이 전문가까지도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기거나 지지했다"며 "요즘 나도는 '천안함 괴담'도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당국의 조사결과 천안함이 외부 공격에 의해 침몰됐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좌초설, 우리 해군 기뢰 폭발설, 심지어 우리 해군이나 미군의 오폭설 같은 괴담들이 퍼지고 있다"면서 "천안함 괴담 역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좌파언론이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감시·비판적 기능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동아일보>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념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천안함 사고 1주기를 맞는 26일 사설에서 태도를 다시 분명히 했다. '사과 거부에 힘 실어주는 민주당과 친북 세력'이란 제목의 사설은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며 북한을 계속 비호하는 친북세력은 국민의 추모 열기를 똑똑히 봐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경향신문>, "국민 모두 천안함 사건 포로... 책임은 군과 MB정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의 섣부른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의견·주장을 인용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초기부터 내내 주문했다. 우선 <경향신문>은 사건 초반부터 섣부른 결론과 보수세력의 강경대응 주장을 가장 경계했다.

지난해 4월 3일 '천안함의 진상규명 가로막는 자들'이란 제목의 '시론'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이토록 무수한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든 책임은 어디까지나 군과 이명박 정권에 있다"며 "상황 파악이 갈팡질팡인 데다 석연치 않은 해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언론은 연일 북한 연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며 "말로는 실종자 구조와 젊은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은 이 비극을 어떻게든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나 세력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이틀 후인 4월 5일 '옴부즈만' '천안함 보도, 균형 있고 신중한 접근'에서 "전 국민을 충격으로 빠트린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나 군의 대응은 마치 '노이즈 마케팅'에 나선 것 같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 1년이 흐른 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과 함께 정부의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26일 '천안함 1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자'란 제목의 사설은 "지난 1년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며 "승조원과 그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천안함 사건의 포로가 됐다"고 전제하면서 국내외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북한 어뢰정 소행이라는 정부의 진상 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못한 탓에 국민 여론은 분열되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었다. 남북은 긴장완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냉전의 틀 속에 갇혔다."

<한겨레>, "천안함 사건 진실,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 25일자 사설.
<한겨레신문> 25일자 사설.한겨레신문

<한겨레>는 천안함 사건 초반부터 명확한 진실공개를 주장하며 책임을 MB정부에 돌렸다. 정부의 조사 방법과 결과에도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5월 20일 '관련자료 전면공개 없이는 신뢰 못 얻는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안보대응 태세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 사건의 진실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경과를 보면 정부 발표가 과연 공신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힌 뒤, 감시와 견제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겨레>는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날 '프레임이 발등 찍는다'란 제목의 칼럼에선 "현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오늘로 잡은 데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선거를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국회가 천안함 검증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주문했다. 5월 28일 '국회라도 '천안함 검증' 철저히 해야 한다'란 제목의 사설은 "정부 조사결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국에 전달한 보고서가 국회에는 제공되지 않았으니 국회와 국민에 대한 무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 국회 특위를 적극적으로 가동해 정부 조사결과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한겨레>는 다시 사설에서 강조한다. 25일 '천안함 침몰 사건 1년을 되돌아보며'란 제목의 사설은 "지금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역시 조사 과정이 부실한 탓이었다. 정부는 단기간에 조사를 끝내고자 관련 절차를 지나치게 서둘렀다"고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 아쉽지만, 천안함 참사 1년 이후 변화된 상황을 신문은 이렇게 정리했다.

"정부는 사건 실체에 대한 과학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결론을 토대로 대북 압박책을 펼쳤다. 지난해 '5·24 조처'로 모든 남북관계를 끊었으며, 서해 등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해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주장한 대로 북한한테서 사건을 시인 받을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되레 한·미·일 대 북·중 냉전 구도가 되살아난 가운데 한국의 외교 입지만 위축됐다."

보수신문들과는 전혀 상반된 주장이다. 정부와 친정부 언론, 특히 보수신문들은 정부 조사 결과만을 갖고 일방적 여론몰이를 꾀하면서도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면 '친북·종복 좌파'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MB정부를 대신해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일치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이유이다. 진보세력과 야당의 역할 그리고 민주주의 기여 몫이 상대적으로 커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덧붙여 고인이 된 천안함 승조원 46명과 이들을 가슴에 묻은 가족들에게 다시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천안함 #1주기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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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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