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 <카인즈>를 통해 1년 동안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 매체 유형별로 분석해 표로 작성했다.
박주현
다시 4·27 재보궐선거가 다가온다. 또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불안하다.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대해졌다. 그런데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언론은 어떤 행태를 취해 왔을까?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류임을 자처해 온 언론사들의 천안함 관련 뉴스들을 되짚어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언론은 지난 1년 동안 수용자, 즉 국민에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강요해 왔다. 보수·진보의 대척점에 서서 엇갈린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해 온 때문이다. 외줄타기식 의제설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섬뜩한 표현들로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편 가르는데 이골이 난 보수신문들의 이념공세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천안함 1주년을 맞아 언론은 일제히 유명을 달리한 승조원들의 명복을 빌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동아일보>는 25일 '시민 이름 참칭해 46용사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6일 '천안함이 드러낸 안보 현실과 대북 정책의 앞날'이란 사설에서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국민을 향해 "좌파", "북한 김정일 체제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세력들"이라고 매도하며 "북측을 편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정부 편에서 국민을 견제·감시했다.
이와는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국론통합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두 신문은 "더 이상의 분열과 퇴행을 막고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사건의 실체는 완전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더 미루지 말고 국회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정부 조사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처럼 두 부류의 주장과 이념이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다양성을 넘어 좌·우 극명한 골이 파일 대로 파였다. 분열과 갈등의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을 태세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해 3월 26일부터 1년이 지난 올해 3월 26일까지 국내 언론사들이 뿜어낸 '천안함 침몰' 관련 보도량과 보수·진보 신문들의 사설을 비교·분석한 결과에서 읽힌다.
"정부 주장 옳다" vs "진실, 규명되지 않았다"
<카인즈(KINDS)> 기사검색 가능 언론사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카인즈>에 수록된 서울지역 종합일간지는 모두 10개 신문사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아시아투데이> 등이다.
이밖에 서울지역 외 종합일간지는 25개 신문사로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경인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대전일보>, <매일신문>, <무등일보>, <부산일보>, <새전북신문>, <영남일보>, <인천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중도일보>, <중부매일>, <충북일보>, <충청투데이>, <한라일보> 등이다.
경제일간신문은 9개 신문사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이투데이>,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스투데이>, <프라임경제> 등 9개 신문사이다.
TV 방송뉴스는 KBS, MBC의 9시 종합뉴스 및 SBS의 8시 종합뉴스, KNN에서 보도된 기사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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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이후 1년 동안 생산·유통된 뉴스는 몇 꼭지나 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를 통해 지난 1년간 제목과 본문에서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 검색 건수는 무려 9만8424건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경제일간지가 가장 많은 2만8645건의 관련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관련된 불안한 의제가 줄을 이었다. 이어 서울지역 종합일간지 2만5137건, 서울지역 외 종합일간지 2만3718건, TV 1만594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천안함이 침몰한 이후 정부와 군 당국의 발표에 의존하던 초기 보도와는 달리 점점 침몰 원인을 놓고 의견·주장 기사가 증가하더니, 자사의 이념적 성향이 갈수록 짙게 반영된 보도행태를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언론사들이 1년여 동안 이렇게 많은 양의 보도를 한 것은 우선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남북 긴장 고조,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 책임론 등이 보도량 증가의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내 언론의 지대한 관심은 외적·내적 다양성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의 언론사들 간에는 상반된 주장이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대표적 사례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보수세력과 정부·권력의 편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진보와 정부·권력을 견제하는 편에서 각각 '천안함 의제'를 형성했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반공이념' 프레임에 수용자들을 가두려는 듯,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 의제를 '대결·전쟁' 구도로 계속 몰아갔다. 진보신문은 이와는 달리 '신중론'을 초기부터 제기하면서 '책임'과 '실체적 진실'에 무게를 두었다.
'이념 보도', 보수신문이 훨씬 많은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