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김남훈스러운 자세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응해준 김남훈씨
고범중
레슬러 김남훈, 작가 김남훈, 강연자 김남훈, 해설자 김남훈, 소셜테이너 김남훈···. 김남훈을 둘러싼 수식어는 정말 다양하다. 그를 '멀티테이너'라는 새로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그의 수식어가 다양한 만큼 그의 활동은 다양한 사회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철거 위기에 놓인 칼국숫집 '두리반' 철거 반대 활동에서부터 프로레슬러를 거쳐 작가로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다.
요즘은 '청춘매뉴얼 제작소'를 통해 이 사회 청춘들에게 '외침'을 전달하고 강연 활동으로 정신없는 김남훈. 그는 '청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
그의 책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을 이 시대 대학생들의 질문들과 기자의 질문을 섞어 제시하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뷰를 지난 25일 했다. 질문의 선정은 기자 주변의 대학생들과 트위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받은 뒤 기자가 직접 선별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김남훈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또, 청춘을 먼저 보낸 인생 선배로서 청춘들에게 해주는 조언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고민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인터뷰가 혼자서 긁지 못했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효자손' 노릇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많은 대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흥미'가 아니라 성적에 맞춰서 진학을 합니다. 김남훈씨는 어떠셨어요 ? (중앙대 김승욱)"나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프레임은 학생들이 깰 수 없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를 위해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를 위해서 공부했다.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대학교 때 삼성, 엘지, 현대를 가기 위한 공부를 하는 거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또 어른들은 알아서 하라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스펙을 갖기 위해서는 진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영상을 보고 이미지를 보고 심장이 뛰는 무언가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20대에는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느끼기 힘들다. 이 때 타인의 고통을 알지 않으면 30, 40대도 알 수 없다. 서울소재 대학교의 청소노동자 사태가 있을 때 총학생회가 "당신들 알아서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강한 자를 추종하는 것은 다른 노력이 필요없다. 노력이 필요없는만큼 진정한 의미도 없다. 따라서 이 사회의 약자들에 공감하고 이 사회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학생 '김남훈'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 지금처럼 겁 없고 활발한 사람이었습니까 ?"대학교 다닐 때는 그냥 평범했다. 성격이 활발한 건 있었지만 가끔 술 먹고 놀고, 그냥 평범했다. 그러다 삶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일본어 공부인데 휴학 중일 때 이참에 일본어 공부를 하자고 생각해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너무 좋아해서 오토바이잡지를 읽었는데 대부분 일본말로 쓰여있어 답답했고 그래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
그렇게 2개월 되니까 읽게 되고 4개월 되니까 쓰게 되고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너 잠꼬대를 일어로 한다"고 하시더라. 바로 이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결과를 얻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것이 내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강연이나 글 쓰는 일이 좋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부분이 내 인생의 진정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걱정되거나 두려웠던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 혹시 '집안'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나요 ? (고려대 김태식)"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믿어주셨다는 것이다. 금전적으로 크게 혜택받은 것은 없다. 늘 두려움은 존재하지만 이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차변에는 내가 좋아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행복을, 대변에는 좋아하면서 느끼는 박탈감, 두려움을 적어라. 이러한 표를 보면서 이득과 손실을 체크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계속 대조해 나가는 작업이 청춘이고 인생이다. 즉, 인생은 길고 긴 '자기만의 경영'인 샘이다."
-아무리 레슬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뜬금없이 20대 후반에 레슬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들 하지 않았나요 ? 이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건지? (인하대 김태훈)"일단 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타인의 행복과 자유를 침해하는 영역까지 내가 욕구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고생은 했지만 너무나 좋아했던 것이어서 고생이라고 생각 안 했고 상식이다 뭐다 이런 거 따지지 않았다. 정말 좋으니까 안 하면 안 되겠으니까 한건데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한다면 그건 서로 다른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만 힘들기는 했다. 연습생 시절에 3번은 죽었던 것 같다. 육체적, 정신적, 인격적으로 너무 힘들긴 했는데 그 경험마저도 소중하다."
-(2005년도) 하반신 마비를 당하는 일이 생겼는데 어떠셨어요? (후회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안 드셨나요 ? (한국외대 최욱진)"10000 퍼센트 미안했다. 일단 내 몸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나 때문에 주변사람들도 너무 힘들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살면서 가장 싫은 감정들 중 하나였다. 마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데 자꾸만 내가 그 늪으로 빠져들면서 나에게 진정 소중한 사람들까지 붙들고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면 그 시기에 손실은 이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그럼에도 레슬링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좋으니까."
-링 위에서는 악당이지만 사람 김남훈은 천사죠 ?"천사까지는 아닌데(웃음). 올드 프로레슬링에서 악당이라는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는 악당이었다. 그들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고 싶어서 나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악당'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링 위에 서 있을 때는 말이다.
이 링 위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나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 링 위에서 사람들의 욕을 들으면 감사하기도 하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거니까. 다만 현실에서는 앞서 이야기 했듯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덜한 악당이 되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원래 '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속에서 끊임없이 '공감' 훈련으로 천사가 돼 가는 거다."
청년들에게 김남훈이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