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나무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동신제를 지낸다.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하주성
그 당당함에 고개를 숙이다
그저 아등거리고 살아보았자 고작 70~80년. 그런 짧은 세월을 살면서도, 서로가 못 잡아먹어 난리를 치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서면 정말로 낯이 뜨겁다. 천년 세월을 살아왔다는 천년송 앞에서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말없이 와운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나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미워하고 다투면서 살아온 짧은 시간이 너무나 부끄럽기 때문이다.
높이 20m 정도에 가슴높이의 둘레 굵기가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는 12m 정도가 된다, 이 소나무는 매년 와운마을 사람들이 음력 정월 초사흘에 동신제를 지낸다. 27일 만난 지리산 천년송. 아직도 할머니 나무와 할아버지 나무에는 길지를 단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오랜 연륜을 말하듯 껍질은 용비늘처럼 두텁게 갈라져 있다. 당당한 그 모습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아마도 아름다운 젊은 연인들이 이 와운마을의 천년송 앞에 와서 사랑을 기약한다면, 영원히 변치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할아버지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천년송의 마음을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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