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타기 대장어린이 집에서 나무타기 대장이랍니다. 다리 안쪽이 상처와 멍투성입니다.
어린이 집 제공
두 아들을 여수의 모 어린이집에 함께 보내는데, 이곳이 전국에서 몇 곳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숲에 ON반'(숲 유치원이라 말하는데 이곳은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명칭을 달리합니다)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숲에 ON반'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색다른데 온종일 아이들을 숲에서 머물게 합니다. 선생님들 역할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는 일입니다. 모든 일정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합니다. 말 그대로 숲에서 신나게 노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그네도 탑니다. 또 작은 텃밭도 스스로 일굽니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흙장난은 기본입니다. 덕분에 온몸이 훈장같은 상처와 퍼런 멍투성입니다. 또 손톱 밑엔 까만 때가 한가득입니다.
그 말이 생각나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들 몸뿐 아니라 양 볼과 입술이 봄 햇살과 바람결에 심하게 텄습니다. 영락없는 시골 아이들입니다. 어린이집 가는 일이 즐거운지 큰애에게 물었더니 요즘 숲에서 온종일 나무 타고 흙장난을 하니 좋답니다.
두 녀석은 몇 년간 다닌 어린이집이 지루할 만도 할 텐데 숲에서 노는 일이 색다른지 마냥 좋은가 봅니다. 아침이면 눈뜨자마자 새로 산 작은 배낭과 등산화를 챙기기 바쁩니다.
아내가 저의 고민을 눈치챘는지 지나가며 한마디 합니다. "우리 애들 둘이 숲에서 제일 잘 논데, 두 녀석이 모든 일에 일등이야." 아이들이 나무타기와 흙장난 대장이랍니다. 그 말에 높았던 목소리가 낮아지며 조금 위로가 됩니다.
방사능 비에 즐거워하는 아이를 어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