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중앙현관 통행을 금지한 서울 ㅅ초의 현관.
윤근혁
"학생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학생은 인격체로서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2010년 10월 5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전국 최초로 선포한 학생인권조례 선언문 가운데 일부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있는 경기지역은 물론 전국 상당수의 초·중·고 가운데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인 자유롭게 걸어 다닐 권리'까지 빼앗은 학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의 중앙현관 등을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교직원과 손님 등 어른들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기교육청 있는 수원지역 초등학교... 40개 중 35% 통행 제한이 같은 사실은 4일 수원지역 전체 초등학교 86개 가운데 절반 수준인 40개 학교를 무작위로 뽑아 학생들의 중앙현관과 중앙계단 통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경기교육청 건물이 있는 수원지역 초등학교까지도 어린 학생(童)의 자유로운 통행권을 가로막는 이른바 '금동(禁童)의 문'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의 35%인 14개교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ㅅ초, ㄱ초, ㅇ초 등 10개교는 중앙현관과 중앙계단의 통행을 모두 막았고, ㅇ초, ㅁ초 등 4개교는 중앙현관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28일
'현관 놔두고 '쪽문'으로만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 뒤 비슷한 관행이 전국에 퍼져있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중앙현관 등을 통제하는 이유에 대해 해당 학교 교장들은 "학생들의 질서지도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수원 지역 ㅎ초 교장은 "건물 양쪽에 통로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다니는 게 오히려 편리한 탓에 생활지도부에서 평상시 학생들이 중앙현관 통행을 자제토록 했다"면서 "생활지도상, 안전지도상 그렇게 한 것이고 중앙현관 금지를 강요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학생인권조례만 제정해놓고... 학교문화 혁신 필요"하지만 이를 두고 학부모단체는 인권침해라는 반응이다. 장은숙 전국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국회도 권위주의의 상징인 의원들 통로가 없어졌는데 학생들이 주인이라는 학교에서 어떻게 중앙현관 통행을 금지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학생인권신장은 조례만 제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문화 혁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수원지역 전교조 대표인 서윤수 지회장(금곡초 교사)도 "학생인권 1번지라는 경기도교육청이 있는 수원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디귿(ㄷ)자 형 건물이 아닌 일자로 된 학교에서는 중앙현관 근처에 교장실이 있다 보니 상당수 학교장이 정숙을 강요하면서 통금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중견관리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인데 교장들이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이 중앙현관 등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