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꾸민 불장난...검찰이 뺨 때리며 손찌검"

공직비리 조사 받다 자살한 경산시청 공무원 유서 파문

등록 2011.04.06 15:26수정 2011.04.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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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무개씨의 유족들은 5일 오후, 검찰조사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산시 공무원 김아무개(54)씨의 유서 25쪽을 공개했다.
김아무개씨의 유족들은 5일 오후, 검찰조사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산시 공무원 김아무개(54)씨의 유서 25쪽을 공개했다. 조정훈

"일부 정치인에 의해 경산시가 매도되고 공직자들을 도둑으로 몰고... 시장을 도중 하차시켜 시장 자리에 오르고 싶은 자들이 꾸민 불장난에 선량한 공직자가 고통과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뇌물수수와 시장의 비자금 관리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 4일 자살한 경북 경산시 5급 공무원 김아무개(54)씨가 유서를 통해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일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오후 유족들이 공개한 A4 25장 분량의 유서에서 김씨는 지역 국회의원과 현 경산시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검찰 직원 출신인 A시의원이 후배 검찰직원들에게 거짓자료를 제공하여 시장과 공직자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시장과 한나라당 출신의 지역 국회의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경산시청 관계자들 입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특히 김씨는 "A시의원이 시장을 도중하차 시키고 보궐선거에서 시장이 되기 위해 한나라당과 밀약했다는 사실을 내비치고, 나를 시장의 최측근으로 몰아 돈심부름을 하고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A시의원은 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장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 적은 없으며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철저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왜 그런 소문이 나는지, 경산시장이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검찰로부터 인간 이하 취급 받아, 참을 수 없었다"

한편 김씨는 유서를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검찰이 10년 이상의 형을 살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개××, 소××, 등등 인간 이하의 욕설을 하며 자신들이 요구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손찌검하고 뺨 3대를 때려 혀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 "검찰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격분하여 참을 수가 없었고, (검사가) 목적을 위해서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적었다.

유서에서 김씨는 검사와 수사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온갖 욕설과 폭행, 협박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평생 공직생활로 살아와 변호사 비용 등 엄청난 부담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저를 뒤집어씌워 넣으면 시장의 비자금이 나온다고 잘못 판단하여 이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사코 시장의 돈 심부름을 한 적이 없다"고 유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안상돈 2차장 검사는 공개브리핑을 통해 "여러 명이 있는 가운데서 (수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욕설 등 부당한 대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유서로 밝힌 만큼 객관적 사실 관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도 감찰1과 직원들을 급파해 대구지점 특수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자살한 김씨는 올해 초부터 경산시청 승진인사 비리를 수사하던 대구지검 특수부에서 네차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를 받은 뒤 실질영장심사를 앞두고 자살한 경산시청 김아무개씨의 영안실 입구
검찰의 수사를 받은 뒤 실질영장심사를 앞두고 자살한 경산시청 김아무개씨의 영안실 입구조정훈
#경산시청 #공무원 자살 #유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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