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를 머금은 사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절은 참 아늑하고 좋습니다. 풍경소리도 맑게 느껴집니다.
강충민
백팔배를 하다향을 꽂고 삼배를 드렸습니다. 삼배를 하고 반배를 올려 마무리를 했는데도 미진한 느낌이 들어 계속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백팔 배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성껏 절을 하다 보면 가게의 일도 어쩌면 마음공부라고 생각이 들 것 같았습니다. 기껏 며칠 손님의 많고 적음에 신경 쓴 제 자신에게도 질책이 될 것 같았고요.
이마를 대웅전 바닥에 세게 내려치고 양손을 펴서 올리고, 일어서 무심코 앞을 보면 촛불이 잔잔하게 빛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백 팔배라 조금씩 힘에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저는 횟수를 포기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습니다. 삼십 분이 지났다고 느꼈을 무렵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후들거리는 다리에, 땡기는 허벅지의 통증에 잠그고 온 가게생각을 잊기 위함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대웅전 벽면에 걸린 시계는 어느새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양쪽으로 문을 닫아놓은 터라 대웅전 안에 놓인 난로가 따뜻하여, 어느새 제 이마에도 송글송글 땀이 맺혔습니다. 잠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다시 내려갈 채비를 했습니다. 심호흡 크게 한 번 했고요.
이제 다시 가게에 들어가면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마음처럼 "一喜一悲(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