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권우성
- 보통 목회자들의 경우, 퇴직 후 노후대책이 어떻게 되어 있나. "통일 운동을 했던 향린교회 홍근수 목사님이 있다. 이 분이 은퇴 2년을 남겨놓고 조기 은퇴를 했다. 은퇴한 목사에게 주는 퇴직금에 대한 부담을 교회에 안 주겠다고. 전혀 생계대책도 없이. 이 분이 지금 난치병에 걸려있는 상태인데 좋은 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목회자들에게는 노후대책이 중요하다. 교단별로 '은급(연금)'이라고 해서 일종의 사회보험 형식의 교회 복지제도가 있다. 그런데 교회재임기간 중에 은급을 위한 헌금을 내놓을 수 있는 교회가 많지 않다보니 이마저도 혜택을 못 받는 목사가 많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교회가 모든 비용을 신고해서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작은 교회 목사들도 일반 국민들이 받는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거다. 교회 역시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되기 노력을 하고. 교회 목사도 하나의 직업이다. 직업에서 은퇴하면 우리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노후 대책을 같이 강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퇴직 후 '원로목사'가 되어 사례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데. "한국의 교회 대형화 과정에서 정착된 제도 중 하나가 목사들이 장기간 목회를 하는 거다. 그 전에는 법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순회목회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었다. '한 교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는 것은 교회를 위해서나 목회자를 위해서나 교인을 위해서는 안 좋다. 적당히 한 교회서 시무를 하다가 다른 데로 옮겨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대형교회로 성장한 교회들은 굉장히 강력한 목사의 카리스마가 교회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조용기 목사처럼 천막교회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그런 교회들에서 목사는 (교회의) 거의 실질적인 소유자다. 본인도, 그들의 가족도 그 (교회) 재산이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한 다음에 은퇴목사라는 것은 말이 원로목사지, 그 교회의 사실상 오너로 '큰 회장' 같은 걸로 있겠다는 거다. 목사가 교회의 거의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퇴를 해도 배후에서 조종하고 현 담임목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런 것 때문에 권력이양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자식에게 세습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전별금이나 권력세습보다 더 문제가, 교회가 갖고 있는 온갖 자원들을 목사가 독점하는 거라고 본다. 북한이나 북아프리카와 마찬가지다. 30~40년 동안 혼자 목회를 하면 그 교회는 그 사람 중심으로 모든 시스템이 움직인다. 한국 대형교회의 문제다."
-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다른 국가는 그런 경우가 없는데 미국에 '메가처치(Mega Church)'라는 게 있다. 미국교회의 급성장기가 세 차례 정도 있는데 그 마지막인 60년대 중반에 등장한 대형교회를 메가처치라고 한다. 이전의 교회들과는 달리 자본 친화적이고, 자기개발을 중시한다. 목회자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이고. 한국의 메가처치는 미국의 메가처치를 더 철저하게 발전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 중후반, 조용기 목사가 미국 메가처치들의 신학인 번영신학을 교회 부흥신학으로 도입한다. 조용기 목사가 68년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신도가 5명이었는데 지금은 78만명이다. 한국판 메가처치는 목사가 장기간 카리스마를 가지고 교회자본을 독점하면서 교회가 성공을 하는데 기여를 한다. 또 자원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쓸 수 있는 비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한국 기독교는 '공공적'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모르는 집단"- 최근 들어 대형교회 목사의 비리와 관련된 교회 내부의 갈등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법적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교회 내의 문제를 왜 사회법으로 해결하나'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좋은 징조일 수도 있고 나쁜 현상으로 갈 수도 있는데 교인들이 과거와는 달리 자아가 굉장히 주체화되어 있다. 이제는 자신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발언한다. 요즘 들어 교회 문제가 언론에 많이 나오니까 사람들은 (기독교가) '지금이 더 나빠졌다'고 보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별금 문제도 그렇고 다 있었던 문제들이 그동안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는 '공공적'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모르는 집단이었다. 역사적으로 별로 피해를 안 받았다. 조선정부로부터 집단학살을 당하기도 했던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는 남한에서는 사회적 처벌을 받아보지 못했다. 종교인구가 1~3%던 제1공화국 시절에도 국교가 개신교인 나라처럼 기독교에 대한 혜택이 많았다. 지금도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20%가 안 되는데 국회의원들 보면 3분의 2가 기독교인일 거다.
이처럼 기독교가 우리사회 특권집단 이루고 있다 보니 교회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도드라졌을 때 그 문제를 공공적이지 않게 해결해왔다. 그리고 교인들이 그동안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 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문제제기를 한다.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 공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야 한다. 그게 옳다고 본다."
- 교회 비리 기사와 함께, 기독교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안티' 세력도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가 굉장히 은폐되어 있었다. 기자들도 교회 기사를 쓸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워한다. 맹목적인 반격도 있고, 방송사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고. 저 역시 기독교 비판 칼럼을 썼다가 살해 협박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공론의 장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비공식 매체를 통해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는 건 공론화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볼 때 기독교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성이 안 차는 거다. 그런데 이런 전별금과 같은 사건들이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면까지 짚어가면서 공적인 문제제기만 될 수 있다면 맹목적으로 분노하는 안티들은 힘을 잃을 거다.
'안티'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사회적 병리는 결국 사회가 병을 치료해야 하는 문제다. 안티를 비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비난할 수 방법도 없다. 언론이나 우리처럼 내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안티들이 나올 수 있는 자양분이 됐던 기독교 내부의 비리들을 좀 더 공론화해서 건강한 비판들이 많이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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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목사 집 사주고 차 사주고... 교회는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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