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학년 예체능 검정교과서입니다. 다른 교과는 한 학년씩 가르치는데 미술만 책이 크고 두 학년을 가르치게 되어있는 학년군 교과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단순히 합쳐놓은 상태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신은희
학년군 교과서는 어떨까? 현재 미술교과서가 대표적인 학년군 교과서이다. 초등의 경우 3, 4학년과 5, 6학년으로 묶어서 교과서가 나오는데, 만들 때부터 현장의견수렴없이 만들었다. 연구진에서도 반발이 많아 결국 같은 주제를 기초, 심화로 나눠서 놓았다.
중등처럼 미술 교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학급 담임이 1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습결손 생길까봐 진도대로 나가는 경향이 많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할 거면 괜히 책 무겁게 묶어놓았다며 차라리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죽하면 좋은 점은 하나도 없고 나쁜 점만 있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 학년군 교과서 또한 6개월 만에 완성하라고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발달 관점에서 연구 시작해야더 중요한 것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비추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1학년은, 2학년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가야 하나?에 대한 내용과 관점이다. 초등학생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른과 다르다. 세상을 감각으로 읽혀가고 차근차근 한단계씩 나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자꾸 완성된 형태의 사고를 쥐어짜게 하는 교육과정이라면 어려운 내용 조금 없앤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또 1학년은 공교육의 시작단계이다. 어린이들은 낱말을 풀어쓰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으로 기억한다. 모국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호를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낱말로 대표되는 사물, 상황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한글교육이 수단으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학생 개개인의 발달상황을 고려하면서도 학급공동체로 사회화하는 기능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저학년에서 모국어교육을 중요하게 본다. 이런 관점으로 1학년 모든 교과, 생활에서 언어를 확장해가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맞닿을 수 있는 것이다. 기왕에 교과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면 더 근본적으로 어린이의 발달관점에서 발달과정의 특성을 고려하고, 어린이들이 발달을 주도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초등교육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죠관점도 중요하지만 교과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는 세상을 전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므로 교과내용도 분절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주제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린이 발달특성과 적합하다는 것이 교육학자나 세계 교육의 오랜 전통이다. 이번에 사회교과는 주제중심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교육과정 개발할 때는 일반사회, 지리, 역사에서 각각 사람을 뽑아서 시작부터 분과로 접근을 하려고 한다.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도 통합교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주제접근 단원이 개발되었지만, 교과서 개발부터 쉽지 않았고 현장에는 전달연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교과부 정책관리와 교과개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초등은 담임체제이기 때문에 교과별로 무조건 사람 나눠놓고, 거기서 온 내용 합쳐놓는 방식으로 하면 전혀 아이들과 맞지 않다. 출발점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 필요한 내용, 맞는 내용을 고민하고 교과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개발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가뜩이나 시작부터 현장교사나 대학교수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인데 교과개발에서도 일방적인데다 속도전으로 나간다면 최악의 교육과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학 교수마저 잦은 교육과정 개정에 멀미가 난다고 할까? 교사들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또 바뀐다니 지금 새로 나온 교과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제대로 바꾸지도 못하고 내용만 어려워지니 이제는 기대감도 없어졌다.
검정교과서제도로 교재 연구가 어렵고 전학 온 아이들 줄 책이 없어 복사를 해서 쓰는 문제는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고 있다. 또 학년간에 교과내용이 오고 간 것 때문에 2-3년간 학습결손을 겪고 있지만 교과부는 학생들이 공부할 보충교과서도 주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올해 6학년이 사상 최악의 누더기 교육과정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터라 이제는 겁부터 난다고 할 정도이다. 기대보다 걱정이 많은 교과교육과정 개편에 현장 교사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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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 20% 감축, 이제는 안속아요.
2009개정교육과정, 엉터리 설문으로 뭘 바꾸나?초등 6학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은 2009년 12월에 고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총론 내용에 새로운 게 또 추가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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