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선거운동을 하던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 선거용 명함을 주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다 드디어 내 차례까지 왔다.
"후보님! 제 명함도 받으시죠?" 는 말과 함께 내 기자명함을 건네며, "실은 이광재 전 지사님께서 저를 참 잘 보셨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와! 오마이뉴스 기자시네. 내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단독 인터뷰 한번 해 주시죠" 라며 웃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후보님! 떨어지시면이 아니라 당선되시면 인터뷰를 좀 부탁 드릴게요."
그런데 당선이 되셨는데, 연락이 없다.
"지금 도정 파악과 감사의 인사를 다니시느라 정신이 없을텐데, 당신 만날 시간이 어디 있겠냐? 이 다음에 좀 한가하실 때 부탁을 드려" 라고 말하는 집사람의 말이 백번 옳다.
이광재 전 도지사와의 인연
지난해 9월 어느 날, 8시40분께 사무실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 이광재입니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요..."
"누구시라구요?"
"아! 네 저 강원도지사입니다"
시군의 말단인 6급 공무원, 지사님 입장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까마득한 말단에게 지사님이 직접 전화를 건 경우는 내 20년 넘는 공무원 생활 중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런데 이분이 일면식도 없는 내게 '뭣 좀 물어볼게 있다' 며 전화를 하신 거다. 그래서 이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다.
트위터에 소개했던 글 |
어느날 저녁 8시40분경 사무실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 이광재입니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요...'
'누구시라구요?'
'아! 네 저 강원도지사입니다'
'.......'
참고로 저는 화천군청 홍보를 담당하는 6급 공무원입니다.
지사님 입장에서는 아주 까마득하게 보이지도 않는 말단이겠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일면식도 없는 제게 전화를 하신 겁니다.
이유는 홍보와 관련해서 어떤 내용을 제게 물어 보시기 위함이었는데...
솔직히 지사님이 말단 직원들에게 전화를 직접 하시는 경우는
내 공무원생활 20년이 넘도록 한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누구에게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광재 강원도지사님은 나뿐만 아니라
주민들 또는 직원들에게도 궁금 하신 것이 있으시면 전화를 하셔서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라고 먼저 말씀 하시는 분!
다시 말해 소통의 달인! 이광재 강원도지사님! |
이 내용의 트윗은 일파만파로 퍼져 수천건의 알티(RT)로 이어졌다. 급기야 오마이뉴스(이경태 기자님)와 내일신문(정재철기자), 뉴시스(강은혜기자), 강원도민일보(김용식기자)에서 '소통의 달인'이란 제목으로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 이후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지사님이 왜 전화를 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심전심이라고 내가 존경하는 걸 아시고, 그냥 전화를 하시거지 뭐" 라고 일일이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때 이광재 지사님께서 내게 전화를 하신건, 도정홍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화천군 홍보계장님이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를 하신다는데, 그것을 도정홍보에 적용해 보시지 않겠어요" 라는 말씀에 "영광입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청 인사부서에서 다음날 전화를 통해 "도청으로 정식발령이 아니라 파견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일은 도청에서 하고 급여는 화천군에서 받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공석이 된 홍보계장자리에 대한 다른 직원의 승진도 있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화천군에서는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며칠 뒤 지사님께서 "신계장님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시기에, 군수께서 절대로 보낼 수 없다는 겁니까!" 라는 말씀에 내용을 정확하게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도청으로 파견 때문에 군수께서 반대를 하셨을 겁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인사를 냈을 때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화천군청공보계장 @BruceShinn 트위터 실력 인정 받아 강원도청으로 스카웃된다고 하네요' 라는 글이 도청 내부게시판에 올려지면서, 엄청난 댓글이 이어지는 등 소란이 일었다.
당연하겠지만, 시군에서 도청에 올 때 모두 강등해서 왔는데, '얘는 뭔데 수평이동을 하느냐' 는 이야기했다.
괜히 나로 인해 지사님께 고민을 안겨 드리기 싫어서 지사님께 "일이 너무 시끄러운 것 같은데, 지사님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지사님 홍보도 열심히 할까 합니다" 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 쪽지(DM)로 드려 사건(?)은 일단락 됐다.
미안함, 그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광재 지사님께서 대법원 판결에 의해 지사직을 잃게 되자,'너 만일 도에 갔으면, 낙동강 오리알 될 뻔했다. 지사님이 이렇게 될 줄 알고 도에 가지 않겠다고 한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받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솔직한 심정, 대법원 판결을 남겨 놓으셨을 때 지사님 홍보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었노라고... '
다행히 최문순 신임지사님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광재 전 지사님을 도정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를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 정치 풍조거늘, 전임자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도정을 이끌어가겠다 뜻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1.04.30 16:58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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