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대의원.
홍현진
14명. 2009년 여름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숫자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이 지난 4월 쌍용차 해고자 193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상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동자는 8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노동자는 52.3%에 달했다.
'파업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해고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지난 3월 26일 8주간의 집단심리치료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해고자 8명이, 오후에는 해고자 부인 6명이 각각 2시간 동안 집단상담을 받는다. 신동기씨와 함께 치료를 받는 해고자들은 이창근 기획실장, 김득중 조직실장, 고동민 조직부장 등 대부분 신씨와 함께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 간부들이다.
정혜신씨는 지난 4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상태를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느낌이 집단적으로 농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 남편 넥타이로 자기 목 조르는 아내, 무슨 일이?) 심리치료를 시작한 지 6주차. 지난 4일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신씨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억울하다"였다. 약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신씨는 자주 흥분했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파업 끝나고 나서, 자다가 집사람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꿈속에서는 아직도 전쟁 중인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 3시간밖에 잠을 못 잤어요." 파업이 끝난 지 1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났지만 신씨의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 이른바 '산 자'였던 신씨는 "매를 맞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만 매를 맞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맞서 파업에 동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모르는 그냥 일반 조합원"이었던 신씨였지만 '이걸 포기하면 자식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말 못한다'는 생각으로 도장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한 파업이 끝난 후 신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파업 이후 그야말로 '죽은 자'가 되어 좀비 같은 생활을 했다는 신씨는 "식칼을 들고 나가서 작업복 입고 돌아다는 '산 자' 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분노는 있는데 표현할 수 없으니까" 온몸에 휘발유 뿌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