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강연 모습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에 관한 은준관 총장의 강의
신재훈
지난 2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실천신학대학원에서 작은 교회를 향한 세미나가 있었다.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세워주는 계기였다. 한국 교회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은준관 총장이 그곳에서 강연을 베풀었다. 세미나의 주제는 '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였다.
왜 그 주제를 택했을까? 은 총장은 지금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의 패턴을 좇고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메가처치 현상에서부터, 기독교 왕국 건설, 형식을 깬 예배의 다양화 등이 그것이다. 지난 194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교회가 90년 동안 경험한 네 가지 흐름을 한국교회도 1970년부터 2010년까지 그대로 답습해 왔다고 한다. 그 네 가지 패턴이란 교회 성장, 교회 성장 후기의 성장 침체, 수평 이동, 제도화된 교회에서 홀로의 영성을 추구하는 부류의 등장이 그것이다.
미국의 수정교회를 이끌었던 로버트 슐러 목사는 지난 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였다. 주된 요인은 가능성과 자긍심의 주입이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불가능은 없다'는 신화가 그것이다. 그 흐름을 미국의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모방했다. 하지만 그 교회는 지금 미 연방 정부에 파산 신고를 했다. 재밌는 것은 그 상태에서도 그는 교회의 재정을 꺼내 썼다는 것이다. 그만큼 교회 구성원들을 단순한 수단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와는 달리 요즘 미국 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교회가 있다고 한다. 앨라배마의 힐스 부룩교회(Church at Hills Brook)가 그곳이란다. 그 교회의 담임목사는 32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느 아시아의 지역을 방문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하에서 사람들이 모여 에어컨도 없이 기도하며 찬양했다고 한다. 그 뒤 미국에 돌아가 그는 전교인들을 상대로 아시아의 그 모임을 닮자고 이야기했고, 그때부터 그 교회도 에어컨도 끈 채, 순수한 신앙내용을 추구했다고 한다.
지난 날 동안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을 일궜을까? 은준관 총장은 1970년부터 1990년 사이에 5만 교회, 1200만 신도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1940년부터 1960년 사이에 미국 교회는 전 인구 대비의 65%가 개신교인이었다고 평가한다. 그에 따른 공통 요인으로는 도시화와 인구 이동, 세속 도시의 등장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교회든 한국교회는 교회가 부흥하면 부흥할수록 교회가 추구하는 유형은 같았다고 한다. 새 교회당을 신축해 왔고, 많은 신학교를 건립해 왔고, 교회의 땅을 사들여 수양관을 짓는 게 그것이었단다.
교회 성장 이후기(After Church Growth)는 어떠할까? 한국교회는 1990년부터 2010년 동안 침체기를 맞고 있고, 미국 교회도 부흥의 흐름이 막혀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 사이에 남은 것은 수평 이동뿐이라고 했다. 그것이 한국교회에는 초대형 교회의 등장과 함께 지성전 전략이 나타나 있고, 그로 인해 작은 교회들이 죽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 교회가 주도한 흐름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고스란히 교우들의 몫으로 남아 있고, 가끔씩 집단적인 흥분 상태가 들끓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자신이 속한 대형 교회의 자긍심이 없지 않다. 큰 교회에 소속된 것을 자랑하고 있다.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처럼 교회도 고급 브랜드화 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신실한 신앙심을 좇는 자들은 그러한 제도화된 교회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오직 '홀로의 영성'을 추구하는 부류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한국교회는 교단 분쟁이 들끓었고, 초대형 교회의 사건들이 터졌고, 그로 인해 교인의 수는 780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 교회도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젊은이들이 18%씩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른 주된 요인으로는 교회에 대한 정화작용도 없고, 대안도 없는 상황이고, 오직 프로그램으로만 승부를 걸고 있는 까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