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감원 기능 죽이면 금융 미래 없다"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 "감독권은 공권력 행정작용, 아무 기관에 줄 수 없어"

등록 2011.05.09 18:14수정 2011.05.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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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유성호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검찰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일 "이 사람들(금융감독원)이 기능을 못할 만큼 죽이면 안 된다"면서 "잘하라고 혼내는 건데, 기능이 죽으면 그 순간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낮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금감원에 대한 검찰수사와 함께 국무총리실 주도의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개혁 활동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그는 특히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안타깝고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전쟁 나가면 누가 하나", "(감독원 직원들이) 완전히 공격을 당해서...", "금감원 무장해제" 등 특유의 직설화법을 써 가며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서울 여의도에 벚꽃이 피고 좋은 시절이 있었다고 했는데 정신없어서 보지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과정에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그동안 금융회사의 영업정지는 부실이 드러나서 했지만, 이번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으로 영업정지는 사상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영업정지)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대주주와 경영진"이라며 "그 다음에 아는 사람은 먼저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원래 시장안정을 위해 부산계열 저축은행 5개를 한꺼번에 조치하려고 했지만, 법률적으로 불가하다고 했다"면서 "현행 법에 저축은행에 돈이 충분히 남아 있으면 영업정지를 못 시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일저축은행의 예금인출사태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뱅크런의 전형"이라며 "금융위 직원들을 직접 현장에 내려보내 고객들을 안심시켰더니 많이 진정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직원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옛날에 일했던 것보다 엄청 많은데다가, 일이 또 더해지니까 금감원 직원들이 요즘 패닉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전쟁하러 나가면 누가 전쟁하나. 여러분(기자)들이 전쟁 안 해주지 않나"라며 "결국 전쟁하는 사람은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인데, 이제 완전히 공격을 당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감독체계의 조직 자체 바꾼다면 답 못내는 결과 초래할 수도"

 부산저축비대위 김옥주 위원장이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오전 청문회를 마치고 나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금융당국의 부산저축은행 그룹 영업정지 명령으로 예금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항의하자, 김 위원장이 이를 피해 자리를 떠나고 있다.
부산저축비대위 김옥주 위원장이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오전 청문회를 마치고 나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금융당국의 부산저축은행 그룹 영업정지 명령으로 예금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항의하자, 김 위원장이 이를 피해 자리를 떠나고 있다.유성호

김 위원장은 또 국무총리실 주도의 금융감독 쇄신방향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오전 민관합동특별기구인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발표했다. 특히 현행 금융감독원 중심의 감독체계를 분리하는 등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4개 금융관련 감독기관을 통폐합해 현재의 금융감독원을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대한 채찍이 시스템 자체를 깰까 봐 걱정"이라며 "잘 하라고 혼내는 건데, (금융 감독) 기능이 죽으면 그 순간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권은 공권력적인 행정작용"이라며 "그냥 아무 기관에 주자고 할수 있는 것이 아니며, 법률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 개혁 방안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형태나 인력, 조직의 윤리문제 등은 혁신대상"이라면서 "감독체계의 조직 자체를 바꾼다면 답을 못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자신이 만들어 놓은 방안을 소개하면서, 저축은행 등 부실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등은 금감원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외부 민간 회계법인 등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계법인과 검사 기관 사이의 이행 상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곳으로 하면 되고 (검사) 범위와 기준 등을 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외부 회계법인에 검사 위탁할 수도"...투감센터 "개혁이 아니라 개악"

하지만 이같은 외부 민간 회계법인의 금융회사 검사 위탁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선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도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을 통해 "금융당국의 회전문인사와 전관예우로 인한 전현직 관료와 투기자본을 대리하는 로펌, 회계법인들이 서로 동맹을 맺어왔다"면서 "이를 통해 금융 감독당국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 부패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며 "불확실성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보다는 빨리 하려고 한다"고 말해, 빠르면 이번달이나 늦어도 6월 중에 론스타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적격성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이날 민관 합동으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 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임채민 총리실장은 이날 별도의 브리핑에서 "금감원의 업무추진 방시기나 관행을 우선선적으로 시정하고, 나아가 금융감독 및 검사 선진화를 위한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별기구에서 논의할 과제가 제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사실상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감독과 검사권한 등에 대한 혁신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 위원장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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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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