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17호 크레인, 날씨가 흐려 크레인이 더욱 황량하게 보임
배성민
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사측이 말한 2년간 수주를 하지 못하는 등의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을 지노위가 인정한 것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듣고 분노를 느꼈고, 생각을 해보니 현재 한진에서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에 그날 하루 속이 쓰려 잠을 설쳤었다. 4월 한진 투쟁에 많은 조합원들이 떠나 힘든 상황에 지노위 판결이 나자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말이 성큼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한진중공업 공장의 분위기는 더욱 황량한 분위기였다. 한진 정문에는 한진 투쟁을 지키려는 사수대 조합원들과 회사 경비실 노동자들이 있다. 사수대 조합원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나를 보고 반갑게 "어서 오십쇼"라고 인사를 하고, 경비실 노동자는 "소속이 어디냐"며 꼬치꼬치 캐묻기 바빴다.
입구를 통과하자 문철상, 채길용 동지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17호 크레인이 보였고, 회사 곳곳에 불법 파업에 참가하는 자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벽보와 방송이 울려 퍼졌다. 벌써 한진 파업이 5개월이 지났지만 회사 측의 반응과 노조의 투쟁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단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투쟁을 시작하고 달았던 플래카드의 색이 바래 '정리해고 분쇄! 투쟁 승리!' 등과 같은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