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초곡산성에서 바라본 비슬산 전경. 산 능선 가운데 사진 복판 지점이 정상인 대견봉이고, 그 아래에 빨간 지붕이 드러나 보이는 집이 유가사이다. 능선의 오른쪽 끝 거의 다 가서 뾰족한 지점 너머에 대견사지와 거대한 토르 군집이 있다.
정만진
옛말에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본다(見樹不見林)', '사슴을 쫓는 자 산은 못 본다(逐鹿者不見山)'고 했다.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 산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슬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산의 정상인 대견봉이나 철쭉 군락지의 전망대에 올라서는 비슬산의 전경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비슬산은, 주위의 다른 봉우리에 오르면 전체적 장관을 볼 수 있는 여느 산들과는 또 다르다. 비슬산과 더불어 대구의 2대 명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팔공산만 하더라도 초계봉, 용암산성, 가산봉, 도덕산 정상 등에 오르면 장쾌한 팔공산맥의 기운을 생생하게 눈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비슬산은 다르다. 비슬산을 보려면 반드시 유가사 건너편의 초곡산성 터에 올라야 한다. 그곳에서만 비슬산의 전경을 맛볼 수 있다.
초곡산성은 시내버스 종점인 유가사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 2시간 정도 걸으면 오를 수 있다. 정작 성터 자체에는 볼 만한 유적이 남은 게 없어 땀 흘리며 예까지 허위허위 올라온 보람이 반쯤 사라지지만, 비슬산 쪽을 바라보는 순간 그런 허탈감은 정말 순식간에 구름처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