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학생들에겐 '교육비'란 게 아예 없다"

[인터뷰] 교수와 박사가 말하는 '복지천국' 스웨덴

등록 2011.05.20 21:19수정 2011.05.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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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스웨덴의 시골 티다홈(Tidaholm)이란 곳을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의 호수가 아주 커서 끝이 안 보일 정도여서 마치 광대한 바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시골동네에 크고 곧은 나무가 우거져서 마치 우리나라 안면도 소나무 숲을 보는 것 같았다.

 스웨덴의 시골 티다홈(Tidaholm) 박물관.
스웨덴의 시골 티다홈(Tidaholm) 박물관.

나는 어느 곳을 가나 박물관을 먼저 가는데 티다홈 박물관을 가보고 이곳에 1868년부터 유명한 성냥공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1875년 이 성냥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결과 46명의 여성이 화재로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했다.

그때 내가 놀랐던 것은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조차 여성근로자의 인권이 열악했고 인화성 물질이 산재한 성냥공장에 안전수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참변을 계기로 모든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성냥공장들은 정기적으로 엄격한 화재검사를 받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여성근로자들의 인권에 대한 향상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타다홈 성냥공장은 1868년부터 유명한 성냥공장이었으며, 1875년 큰화재로 46명의 여성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타다홈 성냥과 상표.
타다홈 성냥공장은 1868년부터 유명한 성냥공장이었으며, 1875년 큰화재로 46명의 여성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타다홈 성냥과 상표.

이때 티다홈 박물관에서 내가 느낀 점은 세상에 그냥 저절로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46명의 여성근로자들의 가슴 아픈 희생을 딛고서 스웨덴인들의 안전의식과 여성의 인권, 사회복지에 대한 의식이 싹텄다고나 할까.

똑똑한 인재가 (그 부모가)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가면 그것은 그 젊은 개인의 불행일 뿐 아니라 곧 그가 속한 나라의 불행이고 크나큰 손실이다. 교육은 한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준다. 그래서 한 개인이 교육을 통해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자기의 소질을 최대한 발휘해서 살면 그 개인도 성취감 등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가 속한 국가가 그 덕을 톡톡하게 본다. 그래서 대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 국가가 엄청나게 혜택을 보는 제도다.

개인이 (그 부모가) 돈이 없어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결국 그 개인이 자기의 소질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 못하고 사장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그것은 그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국가의 손해다. 모든 인구의 잠재성을 교육을 통해 최대한 발휘시키는 유럽 같은 나라와 편중된 부로 인해서 똑똑한 젊은이가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그로 인해 자기의 잠재력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그래서 국제무대에서 게임이 안 된다. 대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은 그래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복지문제는 그냥 감상적인 휴머니즘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소리 높여 외치는 자들일수록 사회복지가 얼마나 국가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지를 냉철하고 절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의 학자들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스웨덴의 사회복지문제에 가능한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나는 두 학자를 인터뷰했다.


보 비너릉(Bo Vinnerljung) 교수는 60대 남성으로 스톡홀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카리나 티거벨(Carina Tigervall) 박사는 30대 여성으로 스웨덴 룬드(Lunds) 대학교 연구원이다. 이들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스웨덴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30대와 60대가 느끼는 스웨덴의 복지문제를 조망했다. 다음은 지난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이들과 내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의 전문이다.

"북유럽 사회복지, 특정 집단·계층 위한 복지 아닌 모두를 위한 복지"


 카리나 박사
카리나 박사카리나 티거벨

- 스웨덴은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사회복지제도의 특성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카리나]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은 보편적 사회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어느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복지다. 스웨덴은 사회보장국가의 모델로서 관대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었다. 복지국가로서 우리가 중점을 두는 것은 세금을 통한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 제공과 환경문제에 대한 대비다. 스웨덴은 가족에 대한 복지정책에 특별히 관대하다. 1990년대 경기가 안 좋았고 실업률이 높았을 때도 대부분 스웨덴인들은 가족에 대한 복지정책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가족복지는 곧 아동복지다. 아이를 양육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고 가족들을 위해 사회보장을 국가가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녀평등과 자녀양육시설에 대한 관대한 지원을 들 수 있다."

[보 교수] "스웨덴에선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위해 높은 수준의 무료 유치원을 국가가 지원한다. 또 임산부와 아동은 특별히 병원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료다. 대학에 다닐 동안 대학생들의 생활비는 은행을 통해 세금으로 대부해 준다. 아기가 태어난 후 부모는 18개월까지 휴직할 권리가 있다. 그 중 12개월의 급여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그 외에도 아동이 아플 때 부모는 휴직할 권리가 있고 그 기간 중 급여는 국가에서 지불한다.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추가로 특별지원금이 있다."

- 한국에선 많은 부모나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순전히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어떤가? 만약 부모가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원할 형편이 안 될 때 어떻게 되는가?
[카리나]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육비라는 것이 아예 없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비는 국가가 책임진다.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다. 학업에 열중할 동안 필요하면 학생들은 용도에 맞게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보 교수] "위에 이야기했듯이 모든 교육은 무료다. 부모 수입 여부에 무관하게 모든 대학생들은 대학에 다닐 동안 생활비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 이 말은 부모가 자녀들이 대학에 다닐 동안 재정적 부담을 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 사회복지는 사람을 아주 게으르게 만들 우려가 있고 복지가 지나치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카리나] "그런 관점은 문제가 있다. 그런 관점은 전통 우익집단에서 언제나 하는 소리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생활의 안정과 자유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생활의 안정과 자유, 이 둘 다를 사람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보 교수] "전혀 말이 안 되고 경험적, 학문적 근거도 없다. 그런 비난은 순전히 편견에 불과하다."

"병원과 의료비는 무료... 환자가 내는 최대 금액 1년에 약 250불 이내"

 보 비너릉 교수
보 비너릉 교수보 비너릉
- 병원비와 의료비는 어떤가? 환자 1인당 몇 퍼센트의 의료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나? 소득에 따라 다른가 아니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지원하나?
[카리나] "약간의 금액, 최대 150크론(약 2만6000원)은 환자가 지불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불한다."

[보 교수] "병원과 의료비는 무료다. 수입 여부에 무관하게 환자가 내는 최대 금액은 1년에 약 250불(27만 원) 이내이다."

- 요즘은 급격한 자동화 때문에 그런지 산업화된 사회에서 구직이 점점 어려워진다. 무직자가 많아지면 또 무직자가 자기 장래를 위해 연금을 저축하기도 어렵다. 장래 연금을 위해 비효율적인 면이 있더라고 '자동화'를 중지하고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보나?
[카리나] "자동화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수익은 사람들의 복지와 건강을 향상시키는 일에 쓰여 져야 한다. 자동화로 인해 직장이 없어지면 정부는 기계가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좀 더 의미 있고 인도주의적인 면을 필요로 하는 직장을 '창출'해 내야 한다."

[보 교수] "어려운 질문이라 답하기가 어렵다."

- 영국에서 세계수준의 전 국민 국가의료서비스가 있지만 현재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부분적으로라도 사적인 민영의료보험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카리나] "나는 그것이 '불가피' 하다고 전혀 보지 않는다. 내 생각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의료 부분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밖에 안 보인다."

[보 교수] "스웨덴에도 민영병원이 있다. 그러나 국가보험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또한 스웨덴에도 사적으로 추가 보험료를 내서 운영하는 민영보험이 있다. 그러나 그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의료제도에 의존한다."

- 주택 구입은 어떤가? 한국에서 서울에 월급쟁이가 집을 사기는 몹시 어렵다. 스웨덴에서 결혼한 부부나 월급쟁이가 집을 마련할 때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나.
[카리나] "국가지원은 없다. 그러나 직장이 있고 은행에 저축이 좀 있으면 나머지 금액은 은행에서 어렵지 않게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집을 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맞벌이 부부다."

[보 교수] "지금은 없다. 과거에 1980년대까지는 정부에서 세금혜택 등을 통해 주택구입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아주 부유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래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서 집을 산다."

- 스웨덴 세율은 어떻게 되나? 총 정부예산 중 복지예산은 어느 정도 되나.
[보 교수] "소득세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이고 그 외에 판매세가 25%다. 대략 총 정부 예산의 1/3은 사회복지비용으로 쓰인다."

[카리나] "잘 모르겠다."

"탈세 예방하고 잘 갖춰진 징수제도 적용하면 북유럽 복지모델 적용 가능"

- 북유럽 복지가 성공한 것은 경제나 인구 규모가 다른 산업화된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서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북유럽 복지모델은 한국, 미국, 일본 등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카리나]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고 사회학자인데, 사회학자의 관점으로 북유럽 복지모델은 경제성장과 분배 둘 다에 좋다. 또한 남녀평등과 가족복지에도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보 교수] "탈세를 예방하고 잘 갖추어진 징수제도를 적용하면 북유럽뿐 아니라 다른 산업화된 나라에서도 북유럽 복지모델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스웨덴 복지제도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향상이 필요한 면이 있다고 보나?
[보 교수] "물론이다. 우리는 요즘 '질병'에 대한 정의(definition) 문제 때문에 장애연금이 막대하게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 병가에 대한 지원금도 막대하다. 그래서 납세자들이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지방정부의 책임이 너무 과대하다. 특별히 초등교육과 아동복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금을 전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 결과 지역적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스웨덴은 300개 정도의 지방자치 단체가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스웨덴은 300개의 복지국가들이 있지만 한 개의 복지국가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방정부의 부담을 중앙정부로 옮기는 과제가 시급하다고 본다."

[카리나] "물론이다! 요즘 세계가 점점 신자유주의 흐름으로 가고 있고 스웨덴 정치계도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롭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경제성장이나 경쟁체제만 추구하기보다는 국민의 건강권, 평등, 지속가능성 등에 더 중요성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 비너릉(Bo Vinnerljung) 교수는 1950년생. 스톡홀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복지, 입양, 취약아동 향상 문제에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카리나 티거벨(Carina Tigervall) 사회학박사. 스웨덴 룬드(Lunds) 대학 강사 및 연구원. 사회복지에 대한 강의를 하며 인종정체성, 인종차별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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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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