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을 뒤덮은 체리밭마을을 지나 개울 오른쪽에 난 작은 다리를 건너서 들어가면 많은 체리밭을 볼 수 있다. 체리나무는 물이 잘 빠지는 곳이라야 제대로 자라기 때문에 보통 평지보다는 산비탈에 심는다.
정만진
한편, 같은 달 11일에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리 체험행사를 연다. 대구의 시민단체가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다? 호기심이 아니 일어날 수 없다.
이런 행사가 가능한 것은 대구시 동구 둔산동 윗마을(상동)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가는 체리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뒷산 일대는 5월말이 넘으면 빨갛게 익은 체리로 온통 붉은 꽃밭이 된다. 4월 내내 하얀 꽃을 피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향긋하게 수놓아 주던 체리가 이제는 붉은 열매로 사람의 마음을 달구는 것이다.
대구에서 체리를 재배하는 집은 모두 27가구인데, 모두 이 마을에 밭을 가지고 있다. 대구체리연구회 송자일 총무(50)는 "체리가 국내에 들어온 직후인 1920년경부터 우리 마을은 체리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얻어 집단 재배를 해왔다. 체리는 꽃이 피면 45일만에 수확까지 끝나고 수익성도 괜찮기 때문에 재배 농가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세계적으로 최신 품종인 스키나, 스타카토 등으로 나무를 교체 중이다. 앞으로 작황과 풍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체리를 수확하는 곳은 대구
이 마을의 체리는 남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전국 최대 산지인 경주 건천의 40% 정도(35톤)를 생산하는데, 수확 시기로는 나라 안에서 가장 빠르다. 경주 건천보다 기후가 온화한 덕분인데, 대략 1주일 정도 앞선다.
물론 이 마을의 체리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당시 대구동구청의 최주원 경제과장(현재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이 체리를 농산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농가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착안,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덕분이다. 지금은 대구시도 지역 특산물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이 마을의 체리 재배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스 등을 만드는 데 소비되는 건조용 체리는 거의 100% 수입된다. 연간 3800톤 정도 소비되는 생과용 체리도 자급율이 8~10%밖에 안 된다. 대구 동구 둔산동 윗마을, 경주 건천 등 체리를 재배하는 농민들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자급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를 거의 할 수 없게 된 대구 지역은 사과 대신 체리를 집중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