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7억짜리 징검다리, 봄비에 와르르 무너져

4대강 사업 일환 대구 '금호강 징검다리' 부실공사 논란

등록 2011.05.25 17:38수정 2011.05.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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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동구 방촌동 금호강에 대구시가 7억원을 들여 설치해 놓았던 징검다리가 지난 9일부터 내린 120mm의 비에 쓸려내려갔다.
대구시 동구 방촌동 금호강에 대구시가 7억원을 들여 설치해 놓았던 징검다리가 지난 9일부터 내린 120mm의 비에 쓸려내려갔다.TBC 제공

대구시가 금호강을 정비하면서 국비 7억 원을 들여 놓은 징검다리가 지난 9일부터 3일간 내린 120mm의 비에 무더기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황급히 철거에 나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사업은 부산국토관리청이 대구시건설본부에 맡겨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금호강 정비사업 중 대구시 동구 방촌동과 고모역 쪽의 팔현마을을 잇는 길이 176m짜리 '금호강 징검다리 설치사업'이다.

징검다리는 가로·세로 60cm, 높이 120cm의 대리석들을 50cm는 강 속에 파묻고 70cm는 강물 위로 올라오게 설치하는 것으로, 그간 30cm 간격으로 120여 개가 설치되어 공정률 90%를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 3월 16일 대구 동구의회 허진구(무소속) 의원이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당시 허진구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돌과 돌 사이의 간격이 30cm이고 지상에 노출되는 돌의 높이가 70cm에 달해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가 쌓이고 여름철 우기에 물의 범람으로 홍수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크게 다칠 위험도 있다"며 개선책을 요구했다.

 대구시가 4대강 사업중 하나로 방촌동 금호강가에 징검다리 공사를 하던 모습.
대구시가 4대강 사업중 하나로 방촌동 금호강가에 징검다리 공사를 하던 모습.허진구

 징검다리를 촘촘히 놓아 강물을 가로막아 온갖 쓰레기들이 쌓이고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120mm의 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징검다리를 촘촘히 놓아 강물을 가로막아 온갖 쓰레기들이 쌓이고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120mm의 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허진구

징검다리 설치공사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선 우기 때의 유량과 유속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강 속 자갈 밑에 50cm만 파묻도록 해 홍수가 날 경우 징검다리 돌이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한 강 바닥에서 70cm의 높이로 30cm 간격으로 설치한 대리석이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 적체와 악취 유발, 장마철 홍수피해 우려 등 지적을 받아왔다.

방촌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3일 동구청에 "징검다리가 완공되면 물흐름을 막아 물의 수위가 높아지고,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여러가지 날벌레들이 많이 번식해 위생생활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또 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밤에는 낙차로 인한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데다가 특히 홍수 때에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며 잠수교로 만들거나 돌의 높이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대구시는 공사를 중단한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9일부터 내린 비에 징검다리 돌이 떠내려 가고 주민들의 비난이 일자, 20일 갑자기 징검다리를 철거하고 강 중간에 돌을 쌓아놓았다.


 징검다리가 불어난 비에 휩쓸려 내려가자 철거해서 강 중간에 쌓아놓았다.
징검다리가 불어난 비에 휩쓸려 내려가자 철거해서 강 중간에 쌓아놓았다.조정훈

이에 대해 허진구 의원은 2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산국토관리청은 세심한 검토도 하지 않고 부실한 설계를 해 공사를 진행하고 대구시는 무성의하게 사업을 시행해 90%의 공사를 진척시키고도 7억 원이라는 국고를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관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은 "물의 유량과 유속을 예상하고 공사를 했을 텐데 이렇게 부실하게 하다니 납득이 안 간다"며 "이건 징검다리가 아니라 보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곳 강가에 나와 매일 운동을 하며 공사를 지켜보았다는 주민 김영규(67)씨도 "돌과 돌 사이의 간격이 좁아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고 큰 비가 오면 떠내려 갈 거라 생각했다"며 "그 정도 비에 떠내려가면 여름에는 아예 남아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처음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오히려 자연도 살리고 보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에는 이재만 동구청장이 현장을 찾아 "강 중간에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됐다"며 즉시 철거하든지 잠수교로 변경해야 한다고 대구시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욱 대구시 건설본부장은 "7억 원을 들여 90%의 공정을 진행했는데 철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징검다리 높이를 낮추는 등 설계를 변경해 재시공하면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건설본부 토목2과 담당자는 24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설계상의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대체안을 검토중이며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재설치하겠다, 시공업체가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재설치 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은 "전형적인 4대강 사업의 예산낭비 형태로 주민 피해와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즉시 공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징검다리 #금호강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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