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중인 한인섭과 홍성우 이 책은 암울한 시절에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을 실천한 홍성우 변호사(오른쪽)의 변론자료와 그의 인권변론을 복원해 내려는 한인섭 교수(왼쪽)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인문화사
이 책의 등장인물은 1974년부터 1995년의 학생, 지식인, 노동자, 조작간첩, 기자, 군인 등 다채롭다. 이철, 유인태, 한명숙, 김문수, 이재오, 이부영, 유시민, 김성식, 정태근 등 전현직 정치인들의 청년시절 열정뿐만 아니라, 산업화의 그늘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의 신음소리, 억압적 정권하에서 유린당한 사법부의 짙은 그늘, 그리고 공안권력에 의해 간첩 누명을 썼던 억울한 이들의 한숨이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그늘과 신음소리 그리고 한숨을 복원한 것에 대한 한인섭의 평가는 남다르다.
"이 기록들은 우리 정치의 암흑기인 유신시절과 5공시절 관련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기를 이해하려면 당시의 신문, 잡지를 제일 먼저 볼 텐데요. 그런데 박정희, 전두환의 철권통치 시대에는 저항 사건은 아예 보도가 되지 않았으니까, 이 기록들이 쓰이지 않은 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원자료로 쓰임새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김수환 추기경과 인권변호사들 사이의 에피소드, 김지하의 양심선언과 법정투쟁의 전모, 오원춘 사건에서 변호사들이 대성통곡한 사연 등 이 책에서 처음 밝혀지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였던 시절이지만, 그 와중에 판사들이 나름대로 노력한 사연들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무려 7심을 오간 '핑퐁재판'으로 유명했던 송씨일가 간첩단사건(최근 재심무죄로 판명)의 진실을 밝히려 온갖 노력을 다한 사연도 공개된다. 이에 대한 한인섭의 평가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먼지 가득한 서류를 정리하며 우리 현대사를 수놓은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전율도 하고 감동도 받고 그랬습니다. 한마디로 한 시대의 문서이자, 당시의 재판과 법 적용에 대해 살아있는 기록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민주화운동은 모두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민주화운동사의 내용을 풍부히 하는데도 이 자료의 가치는 비할 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양심범들의 소신을 보호해주자, 이게 내 주된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