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노여름에 먹기 좋은 초무침. 돼지고기 편육을 달짝지근하게 장조림한 것에다 곤약, 오이, 양파 등을 겨자 양념에 함께 무친 일본 음식이다.
조을영
시간이 멈춘 듯 옛 건물이 많은 대구 '진골목'. 그 초입에 작은 일본 분식점이 하나 있다. 1953년 시아버지가 일본에서 연 가게의 이념을 이어받아 그 며느리가 몇 년 전에 장사를 시작한 곳이다. 간판에는 분식점이라 돼 있는데 웬 노인 손님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다. 이곳은 여고 앞 분식점 같은 곳이 아니다. 아는 사람만 찾아드는 이 가게는 전통 일본식이라기엔 다소 가볍고, 완전 분식이라기엔 조금 묵직한 음식이 나온다.
주력 메뉴는 간장으로 맛을 낸 시나면, 된장으로 맛을 낸 미소면, 여름날의 메밀소바, 손으로 직접 두드린 옛날식 돈까스 등이다. 그중 가장 특이하고 요즘 계절에도 잘 맞는 메뉴로는 '스모노'라는 것이 있다.
'초무침'이란 뜻의 일본 여름 음식인데, 돼지고개 냉채, 얇게 썬 오이와 양파를 겨자에다 섞어 버무려낸 것이다. 톡 쏘는 화한 느낌은 홍어회에 비할 만하고 입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고기 장육은 촉촉함을 잃지 않는다. 첫 맛은 달큼하다가 차츰 코로 치고올라오는 겨자의 알싸한 향에 코가 뻥 뚫린다. 술안주로 좋아서 주당들이 많이 찾는 메뉴기도 하다.